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與, 정동기 사퇴요구 파장

與, 정동기 사퇴요구 파장] 창업공신 vs 신진 실세, 여권 파워게임 산물?

한국일보 | 입력 2011.01.12 02:37

 


안상수·이재오 손 잡고 손 잡고 감사원장 후보자 사퇴 촉구
"임태희 겨냥한 것" 해석… 이재오 "근거없는 음모" 일축

안상수 한나라당 대표가 정동기 감사원장 후보자 사퇴 촉구를 위해 여당 내부의 의견을 모으는 과정에서 이재오 특임장관과 숙의했다(본보 11일자 3면 보도)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당 안팎에서 해석이 분분하다.

↑ 이재오 특임장관(좌), 임태희 대통령실장

여당의 반란은 기본적으로 민심을 반영한 것이지만 일부에서는"이번 사태를 집권 후반기 여권 파워 게임의 산물이라는 측면에서 볼 수도 있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안 대표와 이 장관이 한편에 서서 임태희 대통령실장을 겨냥했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안 대표가 이 장관의 동의를 구하고 정 후보자 사퇴 촉구를 결행했다는 정황은 곳곳에서 감지된다. 11일 비공개 최고위원회의 당시 한 최고위원이 "정 후보자 사퇴 문제를 청와대와 조율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문제를 제기하자, 안 대표가 "이 장관과 전화 통화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장관은 지난 연말 인선 발표 때까지 정동기 감사원장 지명 사실을 사전에 알지 못했다고 한다. 뒤늦게 발표 소식을 전해 듣고 "수석 비서관 출신을 감사원장에 지명해선 안 되는데…"라며 우려를 숨기지 않았다고 한다. 여당과 충분히 상의하지 않고 인사를 주도한 임 실장에 대해 이 장관의 불만이 작지 않았으리란 추측이 가능하다.

특히 정 후보자와 임 실장이 경동고 3년 선후배란 사실은 여당 내서 곱지 않은 시선을 낳게 했다. 이 즈음 정 후보자의 전관예우 문제가 불거졌고 국민 여론도 부정적으로 흘러가기 시작했다. 이런 여론을 감지한 안 대표가 사퇴 촉구 총대를 멨고, 이 장관이 거들어 주는 수순을 밟은 것으로 보인다.

이번 인사는 한 계기가 되었을 뿐 그간 누적돼 온 여권 내 갈등과 불만이 근본 원인이라는 시각도 있다. 다시 말해 이번 사태가 권력투쟁의 한 양태라는 얘기다. 여권의 한 관계자는 "이 정권의 주류'창업 공신' 이라고 볼 수 없는 임 실장이 집권 후반기 들어 상당한 파워와 영향력을 행사하는 데 대해 창업공신들의 불만이 적지 않다"고 말했다. 특히 임 실장은 이명박 대통령의 친형인 이상득 의원과 가까운 사이로 알려져 있다.

이번 사태의 골격을 이명박 정권의 주주(株主)라 할 수 있는 친이계 실세 의원들과 지난해 7월 대통령실장으로 부임하면서 신(新)실세로 부상한 임 실장간의 파워게임으로 보는 감상법은 이러한 정황들을 기반으로 한다. 여기에 김무성 원내대표가 이날 "신중했어야 한다"며 오히려 안 대표 등 한나라당 지도부를 비판하고 임 실장 편에 섰다는 점도 주목된다. 김 원내대표는 정 후보자와 한양대 선후배 관계이기도 하지만 신실세로 분류되기도 한다.

이번 사태의 원인이 친이계 내부의 갈등이라면 앞으로의 파장과 후유증도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일시적으로는 봉합될 수는 있겠지만 근원이 존재하는 한 내부 갈등은 언제든 다시 불거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재오 장관은 이날 "특임장관으로서 정당 간부와 수시로 통화할 임무가 있는데, 이것을 가지고 근거 없이 음모로 몰아가고 있다"면서 파워 게임설을 일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