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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기불편한 MB, 침묵하는 이유는?

심기불편한 MB, 침묵하는 이유는?

레임덕? 근거없는 정치공세...국정운영 매진 의지 표명
與 지도부에 불만 '우회 표출' 관측
직접 임실장 방 찾아 격려...청와대 참모진 책임론

 
 

인사권자인 대통령의 감사원장 내정에 대해 집권 여당이 전례없이 반대입장을 공식적으로 선언한 이번 정동기 감사원장 후보자의 자진사퇴와 관련, 여당 일부와 야당에서는 이른바 이명박 대통령의 '레임덕(권력누수)'의 신호탄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실제로 이번 사태를 기점으로 이명박 대통령의 레임덕이 각 언론들을 통해 계속 언급되고 있다.

이에 대해 청와대는 고위직 후보자 1명의 낙마를 이 대통령의 집권 후반기 국정운영에 연결시켜 레임덕을 거론하는 것은 근거 없는 정치공세라고 반박하고 있다.

하지만 정작 당사자인 이 대통령은 이번 인사 파문과 관련, "안타깝다'고 짧게 언급했을 뿐 굳은 침묵을 지키고 있다.

 

◇ MB, 사퇴파문에는 침묵...국정 현안에는 매진

이 대통령은 지난 연말부터 당초 올해를 국정운영에 매진하는 '일하는 해'로 만들겠다는 의지를 수차례 밝혔다.

지난해 12월 31일 청와대에서 열린 확대비서관회의에서도 “선거가 없는 내년이 가장 일하기 좋은 한 해”라며 "일하는 사람에겐 권력 누수가 없다"고 언급한 바 있다.

이 대통령의 이런 의지를 반영하듯이 지난 3일 신년 특별연설의 어느 대목에서도 정치적 이슈는 찾아볼 수 없었다.

이를 두고 이번 인사 파문과 관련 이 대통령의 침묵은 차근차근 국정운영 과제들을 풀어나가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라는 게 청와대 안팍의 분석이다.

실제로 이 대통령은 이번 사태가 레임덕으로 해석되지 않도록 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보인다.

이 대통령이 정 후보자의 사퇴직후에도 김황식 국무총리 등이 참석하는 구제역 관련 긴급관계장관회의를 소집한 것도 '일하는 대통령'의 연장선상에 두고 보면 쉽게 이해된다.

또 이 대통령은 13일 오전에도 물가안정대책을 주제로 한 국민경제대책회의를 주재하며 전세값 대란, 유가 폭등, 사교육비 등의 국정 현안에 대해 구체적인 주문을 하며 매진하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이번 인사파동으로 인해 이 대통령의 구상에 제동이 걸리면서 최악의 경우 집권 후반기 구상 전반이 헝클어질 가능성도 아예 배제하기는 힘든 상황이다.

이 대통령이 자신의 말처럼 마지막까지 국정에 매진하는 대통령으로 남을 지, 다른 전임 대통령들과 마찬가지로 레임덕에 빠져 국정장악에 타격을 입게 될 지는 이제 본격적인 시험대에 올랐다는 게 지배적인 분석이다.

 

◇ MB 침묵, 與에 대한 불만?...당청갈등 일단락됐지만

이 대통령의 '침묵'을 두고 정가에서는 한나라당 지도부, 특히 안상수 대표를 겨냥한 불만을 에둘러 표명한 게 아니냐는 관측이 흘러나온다.

정 후보자가 인사청문회에서 해명하고 심판을 받을 기회조차 주지 않은 채 여당 지도부가 이례적으로 사퇴를 촉구한 데 대해 이 대통령은 합리적이지 않다는 인식을 갖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관련,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때에 따라서는 (대통령의) 침묵이 여러 말보다 훨씬 강할 수 있다"고 의미심장하게 전했다.

하지만 '정동기 사태' 이후 당청은 일단 확전 자제에 합의하는 것으로 방향을 잡은 듯 하다.

반기를 들었던 한나라당이 당청 화합을 주창하며 한 발 뒤로 물러서면서 당청 갈등으로 비춰졌던 인사 파문은 표면상 일단락된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는 집권 후반기에 여당과 더이상 각을 세워봐야 좋을 게 없다는 청와대의 정무적인 분석이 깔려 있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당청 서로에게 불쾌한 감정이 다소 남아 있는 만큼 예전처럼 관계를 회복하기가 쉽진 않을 것으라는 관측이다.

실제로 오는 26일 예정됐던 당청회동이 불발됨에 따라 이번 정 후보자 인사파문으로 인한 당청간 갈등은 쉽게 회복되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다.

한 여권 관계자는 "이번 인사 파문을 통해 청와대와 여당이 언제든, 어떤 식으로든 깨질 수 있다는 점이 확인됐다"면서 "무엇보다 청와대는 '레임덕'에 대한 우려와 한나라당은 '총선'에 대한 위기의식이 팽배해 있는 상황에서 서로 정치적 욕구를 충족시키지 못한다면 앞으로 심각한 상황이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했다.
 
◇ MB, 임태희 '재신임'...문책론 일축

한편 정동기 감사원장 후보자 인선과 관련해 그동안 한나라당 일부와 민주당에선 청와대 비서실 책임론을 제기해왔다. 정 후보자의 자진사퇴 표명 직후만 해도 인사 파동에 따른 청와대 내부의 문책은 불가피해 보였다.

하지만 청와대의 입장은 그다지 바뀔 것 같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 대통령은 12일 임태희 대통령실장 방을 직접 찾아 "흔들리지 말고 일에 집중하라"며 재신임 의사를 분명히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 등 야권과 여당내 일각에서 제기되는 청와대 비서실 책임론에 대한 반박인 셈이다.

임 실장을 비롯한 참모진이 대통령 호출이나 보고사항 등을 이유로 청와대 본관의 대통령 집무실에 가는 경우는 많지만, 대통령이 직접 참모진의 방을 찾는 경우는 극히 이례적이다.

이처럼 이 대통령이 '동요하지 말라'는 '말'과 함께 직접 비서동에 내려와 참모의 방을 찾아간 '행동'으로까지 임 실장에 대한 재신임을 표명하자, 청와대 내부 문책론은 수그러드는 추세다.

이와 관련, 홍상표 청와대 홍보수석은 13일 브리핑을 통해 "꼭 말로 하지 않더라도 현상을 보면 추론 가능한 일이 많이 있다"면서 "어제 대통령의 동선을 설명드린 것에서 미루어 짐작해 달라"고 말해 이번 인사 파문과 관련 정치권에서 제기되고 있는 임태희 대통령실장을 비롯한 청와대 참모진의 책임론에 대해 선을 그었다.

또 임태희 대통령실장과 수석비서관들은 이날 티타임을 가지고 정동기 후보자 사퇴와 관련 "결속을 다져 심기일전하자"고 의견을 모은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야당측의 공세는 쉽게 사그라들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박지원 민주당 원내대표는 13일 오전 의원총회에서 정동기 감사원장 후보자의 낙마 등 12.31 개각 실패와 관련, "(임태희) 대통령 실장과 관계 수석들이 물러나야 대통령이 성공한다"고 밝혔다.

박 원내대표는 이어 "인사 검증을 매번 잘못하고 있는 청와대 대통령실, 즉 비서실은 책임져야 한다"며 계속해서 청와대를 겨냥하고 있다.

이와 함께 내주초 국회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있는 최중경 지식경제부, 정병국 문화체육관광부장관 후보자에 대한 공세도 강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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