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서초구의 한심한 재난안전 불감증
서초구, 산림청 우면산 산사태경고 묵살
신연희 구청장 "빨리 재건축" 발언 물의
◆ 중부 물폭탄 ◆
서울 서초구가 우면산 산사태가 발생하기 이전 산림청 예보를 묵살하는 등 `안전 불감증`이 화(禍)를 초래하고 있다.
산림청은 지난 25일부터 폭우가 쏟아지자 26일 `산사태 위험지구 발령 대상` 지역임을 알리는 문자메시지(SMS)를 서초구 담당자들에게 발송했다.
그러나 서초구는 이를 통상적인 예보로 가볍게 넘기고 적절한 대응을 하지 않았다. 29일 서초구 관계자는 "예보 메시지 내용은 구체적인 위험 지역을 특정해 알려주는 방식이 아니라 `비가 많이 오니 산사태에 주의하라`는 식의 포괄적 내용이라 큰 실효성이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SMS 발송을 담당하는 산림청 치산복원과 관계자는 "연속 강우량, 일(日) 강우량, 시(時) 강우량을 모두 따져 발송한다"며 "`귀 관할 구역은 산사태 위험지구 발령 대상`이라는 내용으로 통보한다"고 말했다.
산림청이 산사태 위험등급 1등급 지역으로 분류한 우면산에 대해 서초구는 별다른 예방 대책을 취하지 않은 것이다. 같은 날 중랑ㆍ금천 등 다른 구청들이 산사태주의보나 경보를 발령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이번에 호우로 피해를 입은 주민들 역시 구청 행정에 잔뜩 화가 난 상태다.
서울 서초구 양재동에 사는 이 모씨 집은 지난 27일 하수 역류로 온통 물바다가 됐다. 이번과 똑같은 물난리를 겪은 지난해 이맘때 서초구청을 찾아가 "제발 하수도 좀 정비해 달라"고 간곡히 호소했던 기억이 떠올라 이씨는 더욱 부아가 치밀어 올랐다.
산사태 참사가 발생한 서초구 우면동 형촌마을. 29일 오전 본지 기자가 확인한 현장에는 서초구청 직원들은 거의 보이지 않았다.
한 주민은 기자에게 "오늘 (구청 사람들을)못 봤다. 산사태가 나서 사람들 다 대피했을 때 구청장이랑 다섯 명 정도가 와서 명함을 나눠주고 돌아다녔다. 막상 복구 작업을 시작했을 땐 아무도 없더라. 주민들 보기가 무서워 못 오는 것 아니냐"고 했다.
이러한 서초구의 전반적인 `재난안전 불감증`이 결국 산림청의 `산사태 위험지구 예보` 묵살로 이어진 셈이다.
강남구도 서초구 못지않다. 매년 수해가 반복되는 지역이 상당하지만 오랫동안 방치되면서 피해를 키웠다. 대치역 인근에 사는 한 모씨는 "수해 민원이 통하지 않는다"며 "대치역 침수는 이제 강남구의 자랑스러운 연례행사가 됐다"고 꼬집었다.
강남구가 근본적인 수해 대책을 도외시한 가운데 신연희 강남구청장은 지난 27일 대치동 은마아파트를 찾아 급수 지원을 약속한 후 수해를 막기 위해서는 "하루빨리 재건축을 해야 한다"는 취지의 말을 했다.
전문가들이 모두 이번 피해의 주된 원인으로 `주먹구구식 개발`을 꼽고 있는 점에 비춰볼 때 신 구청장의 잇단 `개발을 통한 수해 방지` 발언은 재난안전 불감증을 반영한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지난 27일 완전히 침수됐던 강남구 대치역 사거리에서 20여 년 동안 산 김 모씨는 "공무원을 원망하는 것도 지쳤다. 아무리 이야기해도 (수해 방지가) 시정되지 않는 강남구를 이제는 떠나고 싶다"고 했다.
지난 28일 오전 10시 강남구 수서동에 있는 수서 비닐하우스 영농단지. 순식간에 물이 차오르면서 침수 피해가 발생하기 시작했다.
인근 탄천 수위가 상승하자 수서빗물펌프장은 펌프를 가동했다. 펌프 가동능력은 시간당 70㎜ 이상인데, 당시 강남지역 시간당 강우량은 20㎜였다.
농지에 내린 비가 배수펌프장으로 가지 못하고 어디선가 막혀 흐르지 못했던 것이다. 물이 원활하게 소통되도록 관리하지 못한 셈이다.
비슷한 시간대 친척 농장이 물에 잠겼다는 통보를 받고 수서빗물펌프장에 간 채 모씨. 그는 "쓰레기 등 부유물이 펌프장 입구를 막고 있는데도 자동 쓰레기 제거장치를 가동하지 않고 있었다"며 "지난해에도 똑같은 과정을 거쳤는데, 강남구청은 여태 뭐했느냐"고 따졌다.
산사태 전문가 이수곤 서울시립대 교수는 "구청이 복구 위주일 뿐 사전 예방 시스템을 갖추지 않는 것은 결국 안전 불감증 때문"이라며 "우면산 일부가 작년에 무너졌는데 올해 또 무너진 것도 예측 시스템이 전혀 가동되지 않는 것을 말해준다"고 지적했다.
[민석기 기자 / 배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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