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부 물폭탄]서초구, 산림청의 산사태 경고 외면했다
사고 15시간전 “주의보 발령”… 區 “메시지 못봤다” 조치안해
어제 유족들 구청 찾아오자 진익철 구청장 ‘회피’ 빈축
서울 서초구가 산림청의 우면산 산사태 경고를 잇달아 묵살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29일 관련기관에 따르면 산림청은 산사태 발생 15시간 전인 26일 오후 5시 산사태주의보 발령을 요청하는 문자메시지를 관련 지방자치단체 공무원들에게 발송했다. 여기에는 서초구 담당 공무원들도 포함됐다. 이어 27일 오전 8시에는 산림청장 명의로 산사태 예보를 발령하라는 공문을 발송했다. 이에 대해 서초구는 “산림청으로부터 문자메시지나 공문을 받은 사실이 없다”며 관련 내용을 전면 부인했다. 하지만 산림청은 산사태 위험 관리시스템에 따라 지자체 담당 공무원들에게 일괄적으로 경고 메시지를 발송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 시스템은 일정량 이상 비가 내리면 ‘주의보’와 ‘경보’를 미리 입력된 공무원들에게 보낸다. 서초구는 뒤늦게 “담당 공무원이 비상근무로 집에 들어가지 못했고 휴대전화 배터리가 방전돼 문자함을 보지 못했다”고 해명했다.
한편 서초구 진익철 구청장도 산사태 희생자 유가족들과의 면담을 회피하고 무성의한 태도로 일관해 빈축을 샀다. 이날 오후 5시경 서초구청을 찾은 유가족들은 재발 방지와 보상 등을 논의하기 위해 진 구청장과의 면담을 요구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유가족들은 “구청 관계자가 ‘찾아오면 (구청장을) 만날 수 있다’고 해 왔는데 왜 만날 수 없느냐”며 거세게 항의했다. 구청 측은 이 과정에서 유가족들이 구청장실에 가지 못하도록 구청장실이 있는 5층에 엘리베이터가 서지 않도록 했다. 또 경찰로 보이는 한 남자는 흥분한 유가족들에게 “욕을 하면 처벌을 받는다”고 경고하고 나서 이들을 더 자극했다.
유가족들은 이날 구청에서 5시간이 넘게 기다렸지만 끝내 진 구청장을 만나지 못했다. 진 구청장은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우면산 산사태 현장에서 복구 작업을 하느라 (구청으로) 들어올 수 없었다”며 “(유가족과의 협의) 권한은 부구청장에게 위임했다”고만 말했다.
이동영 기자 argus@donga.com
김범석 기자 bsis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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