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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후의 교전 90여분… 마지막 순간

■ 최후의 교전 90여분… 마지막 순간

무아마르 카다피 전 리비아 국가원수가 최후의 순간을 맞은 수르트는 그의 고향이다.

BBC방송과 아랍위성방송 알자지라 등에 따르면 20일 수르트 시내에 숨어 있던 카다피는 콘크리트 참호 속에서 발각됐다. 카키색 군복에 머리에는 터번을 두른 차림으로 혼자였다. 자신을 향해 총구를 겨누는 반군 병사를 향해 “쏘지 마, 쏘지 마”라고 외쳤다고 당시 현장에 있던 반군은 전했다. 로이터통신은 반군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카다피가 머리와 양 다리에 총상을 입고 붙잡혔다고 보도했다. AP통신도 반군 병사가 9mm 총탄으로 카다피를 쐈다고 밝혀 총상으로 중상을 입은 뒤 사망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전했다.

최후의 순간은 명확하지 않다. 과도국가위원회(NTC)의 아메드 바니 군대변인은 알자지라와의 인터뷰에서 “부상한 카다피가 저항하는 과정에서 사살됐다”고 말했고, NTC의 압델 마지드 믈레그타 씨는 “카다피가 달아나려고 시도하다가 머리에 총격을 받고 숨졌다”고 전했다. 참호 앞에는 카다피 친위대 병사의 시신도 있어 카다피 체포 당시 교전이 격렬했음을 알 수 있다.

반군 병사가 카다피 최후의 순간을 휴대전화로 촬영해 언론에 공개한 사진은 독재자의 비참한 말로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창백한 낯빛에 초점 없는 눈, 그리고 멍한 표정을 짓고 있는 카다피의 입가에서는 말없이 피가 흘러내리고 있었다. 한 반군 병사는 이미 숨진 카다피를 자신의 신발을 벗어 때리는 승리의 퍼포먼스를 연출했다고 AP통신은 전했다. 아랍세계에서 신발로 때리거나 던지는 것은 심한 모욕에 해당한다.
이에 앞서 반군은 이날 오전 8시부터 난공불락처럼 여겨졌던 수르트에 대해 총공세를 펼쳤다. 최후의 교전은 90여 분 만에 끝났다. 전투가 시작되기 직전 5대의 차량이 수르트 탈출을 시도했지만 길목을 지키고 있던 반카다피군에 20여 명이 사살됐다. 리비아 내전 기간 중 반군 측에 섰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군은 전투기를 띄워 달아나던 차량 2대를 파괴하며 반군을 도왔다. 카다피를 태운 호송 차량도 전투기 공습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반군은 전투가 끝나자마자 수르트 시내의 주택과 건물을 하나씩 수색하며 잔당 색출 작전을 펼쳤다. 무기가 실린 트럭과 탄약상자 등이 속속 발견됐지만 ‘진짜 전리품’은 따로 있었다. 나토군의 공습을 피해 달아나 참호 속에 숨어있던 카다피가 발각된 것이다.

성동기 기자 espr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