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소속 안철수 후보가 등록 개시일을 이틀 앞둔 23일 사퇴를 선언했다. 그의 '내려놓음'으로 야권에서는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가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에 맞설 대항마로 뛸 수 있게 됐다.
하지만 지난해 박원순 서울시장과 뜨거운 포옹을 나누던 감동적인 장면은 없었다. 2002년 대선 당시 노무현, 정몽준 후보 간의 화끈한 단일화 러브샷도 없었다.
물리적인 단일화가 이뤄지기는 했지만 진정한 의미의 단일화가 아니라는 해석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안 후보는 사퇴를 결심한 이상 담판을 통한 아름다운 양보를 충분히 연출할 수 있었다. 그러나 결심을 굳히자마자 단상에 올랐고, 문 후보에게 알리지 않은 채 사퇴를 선언했다.
안 후보가 문 후보를 안아주지 못한 이유는 무얼까?
사퇴 선언문에서도 알 수 있듯 안 후보는 단일화 협상 과정에서의 각종 부침에 상당한 심적 고뇌를 안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초반부터 삐걱거렸던 단일화 협상은 내내 순탄치 못했다.
'맏형'임을 강조하며 낮은 자세를 취했던 민주당은 본격적인 협상에 들어가서는 안 후보와 첨예하게 각을 세웠다. 안 후보도 룰 협상에서 물러서지 않으며 며칠간 팽팽한 기싸움을 이어갔다.
협력자이면서도 경쟁자인 만큼 양측 신경전은 어찌보면 당연한 상황이었지만, 후반으로 갈수록 감정싸움으로 번지며 눈살을 찌푸리게하는 장면이 연출되기도 했다.
2차 협상이 개시된 다음날 문 후보측에서는 '피가 거꾸로 솟는다', '천박한 이유로 거부했다'는 등 거친 말들이 나왔다.
급기야 20일 오전 안 후보측 유민영 대변인이 '맏형 소리는 이제 그만하시라'며 정면 충돌하는 양상을 보이기도 했다. '아름다운 단일화'와는 거리가 먼 장면에 양측 지지자들의 감정의 골은 깊어졌고 여론도 악화됐다.
문 후보와의 세레모니를 포기한 것도 끝내 결렬된 룰협상에 대한 착잡한 심경이 반영된 것이다.
지난 21일 TV토론을 통해 문 후보와의 정치적 괴리를 확인한 점도 원인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두 후보가 공들여 마련한 '새정치공동선언문'을 두고 확연한 입장차를 드러낸 것이 안 후보에게 상당한 충격으로 다가왔다는 후문이다.
당시 토론회에서 선언문에 담긴 의원정족수 조정에 대해 문 후보는 "축소가 아니다"고 거듭 주장했고, 안 후보는 "축소가 아니면 확대냐"고 되묻는 등 긴장감이 고조됐었다.
안 후보가 가장 강조했던 '정치혁신'에 대해 두 사람의 인식차가 커서 화학적인 결합이 힘들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기도 했다.
안 후보는 23일 오후 특사로 파견한 박선숙 선대본부장의 협상 결렬 보고를 받은 뒤 숙고 끝에 사퇴를 결심했으며, 문 후보와는 일체 연락을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진다.
민주당에서 문 후보와 통화를 했다는 소문이 나돌자, 유 대변인은 기자들에게 "오해가 없기 위해 말하지만 통화를 한 사실이 없다"고 알리기도 했다.
[저간의 사정을 떠나 결심을 한 뒤 곧바로 실행에 옮기는 안철수식 정치로 마무리 지은 것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안 후보 캠프의 핵심관계자는 "결심을 굳힌 뒤에 지체없이 선언을 한 것도 안철수 다웠다. 주변에서는 늘 복잡하게 생각하지만 후보의 말 그대로를 이해해달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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