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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에 대한 전폭적 지원을 약속한 안철수 전 후보가 7일 오후 부산 중구 남포동 자갈치역 앞 광장에서 목말을 탄 채 두 팔을 들어올려 투표참여를 호소하고 있다. 부산/공동취재사진 |
문·안 첫 공동유세 표정
서면 지하광장 2천여명 몰려 축제
“젊은층도 해볼만하다 생각 퍼져”
안, 목말 타고 “투표합시다” 외쳐
부산이 들썩였다. 두 명의 부산 사람,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와 안철수 전 후보가 처음으로 함께 유세를 한 부산 서면 지하광장엔 2000여명(민주당 추산)이 몰려들어 광장이 가득 찼다. 야권 지지자들을 위한 축제의 장을 방불케 했다.
7일 오후 5시7분, 두 후보가 지하광장으로 통하는 계단에 나타났다. 오후 4시부터 몰려든 시민들은 술렁이기 시작했다. “문재인”, “안철수”를 연호하는 외침이 지하공간을 가득 채웠다. 분수대 앞 광장에 두 후보가 나란히 섰다. 두 후보 이름을 연호하던 목소리는 큰 함성으로 바뀌었다. 문 후보가 안 전 후보의 오른손을 잡고 높이 치켜들었다. 여기저기서 환호가 터져 나왔다.
두 후보는 10분 정도 사진촬영에 응하며 시민들에게 간단한 인사말을 전했다. 박수와 함께 ‘부산사나이 문재인 안철수 당신의 국민이고 싶습니다’, ‘5년 뒤엔 안철수’ 등의 피켓이 출렁였다. 스마트폰을 든 젊은층이 두 후보를 촬영하며 계속 따라다녀 유세장은 스마트폰 물결을 이뤘다.
시민들의 반응은 열광적이었다. 아내, 처남 등과 함께 30분 전부터 지하광장에서 두 후보를 기다린 박차열(54)씨는 “문이든 안이든 야권 단일후보를 지지하려고 마음먹고 있었다. 안 후보의 본격 지원이 늦어져 답답했는데 어제 이후 ‘이길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주변에 퍼지고 있다. 야권 후보가 부산에서 40%는 무난히 득표할 것”이라고 말했다. 인근 직장에 다니는 김정근(30)씨는 동료 4명과 함께 지하광장을 찾았다. 김씨는 “어제 이후로 젊은층 사이에서 ‘해볼 만하다’는 분위기가 퍼지고 있다”고 말했다. 함께 유세 현장을 찾은 김유진(32·여)씨도 “안 후보가 국민연대에도 참여해서 열심히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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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후보와 안철수 전 후보가 7일 부산 진구 부전동 롯데백화점 지하 분수대광장에서 지지자들에게 손을 들어 인사하고 있다. 부산/뉴시스 |
베트남에서 8년째 살고 있는 홍동완(36)씨는 밤 9시 비행기로 출국하기 위해 집을 나섰다가 안 전 후보가 온다는 말을 듣고 유세 현장을 찾았다. 홍씨는 “안 후보를 지지했기 때문에 사퇴가 안타까웠다. 하지만 안 후보가 문 후보 지원에 나선 건 잘한 일이다. 베트남에 가는 대로 재외국민투표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하광장엔 부산저축은행 피해자 40여명이 모여 ‘부산법무법인 70억 진실을 공개하라’ 등의 팻말을 들고 문 후보를 겨냥한 항의시위를 벌였다. 하지만 지지자들의 함성소리에 묻혔다.
두 후보는 남포동으로 이동했다. 따로 유세했지만 500여m 떨어진 곳이라 사실상 공동유세에 가까웠다. 문 후보는 연단에 올라 연설을 한 반면, 안 전 후보는 거리를 걸으며 시민들과 악수했다. 시민들이 너무 몰려 이동이 힘들어지자 안 전 후보는 허영 수행팀장 목에 두번이나 올라타 시민들 지지에 답했다. 안 전 후보는 목말을 탄 채 “투표합시다”라고 외치며 주먹을 불끈 쥐었다. 문 후보를 직접 언급하지는 않았다.
안 전 후보는 부산을 떠나기 직전 부산역 광장에 모인 시민들에게 이날 가장 긴 연설을 했다. 안 전 후보는 “문 후보가 민주당의 정당쇄신과 정치개혁에 대한 대국민 약속을 했다. 그 말씀을 듣고 문 후보를 돕는 게 옳겠다는 생각을 했다. 제가 정치에 나온 건 국민 여러분들이 새로운 정치를 바라서다. 앞으로 열심히 새로운 정치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자신의 지지자들과 문 후보를 엮어주려는 메시지로 풀이된다.
부산/김원철, 석진환 기자
wonch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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