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폭 설 ♣
三冬에도 웬만해선 눈이 내리지 않는
南道 땅끝 외진 동네에
어느 해 겨울 엄청난 폭설이 내렸다
이장이 허둥지둥 마이크를 잡았다
― 주민 여러분! 삽 들고 회관 앞으로 모이쇼잉!
눈이 좆나게 내려부렸당께!
이튿날 아침 눈을 뜨니
간밤에 또 자가웃 폭설이 내려
비닐하우스가 몽땅 무너져내렸다
놀란 이장이 허겁지겁 마이크를 잡았다
― 워메, 지랄나부렀소잉!
어제 온 눈은 좆도 아닝께 싸게싸게 나오쇼잉!
왼종일 눈을 치우느라고
깡그리 녹초가 된 주민들은
회관에 모여 삼겹살에 소주를 마셨다
그날 밤 집집마다 모과빛 장지문에는
뒷물하는 아낙네의 실루엣이 비쳤다
다음날 새벽 잠에서 깬 이장이
밖을 내다보다가, 앗! 소리쳤다
우편함과 문패만 빼꼼하게 보일 뿐
온 天地가 흰눈으로 뒤덮여 있었다
하느님이 行星만한 떡시루를 뒤엎은 듯
축사 지붕도 폭삭 무너져내렸다
좆심 뚝심 다 좋은 이장은
윗목에 놓인 뒷물대야를 내동댕이치며
宇宙의 迷兒가 된 듯 울부짖었다
― 주민 여러분! 워따, 귀신 곡하겠당께!
인자 우리 동네 몽땅 좆돼버렸쇼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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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오탁번은 누구인가?]
- 1943년 충북 제천 출생.
- 고려대 영문과 및 고려대 국문과 대학원 졸업.
- 1966년 <동아일보> 신춘문예 동화 당선,
- 1967년 <중앙일보> 신춘문예 및 1969년 <대한일보> 신춘문예 소설 당선.
- <현대시> 동인 활동. 시집으로 『아침의 예언』(1973),
『너무 많은 가운데 하나』(1985),
『생각나지 않는 꿈』(1991), 『겨울강』(1994), 『1미터의 사랑』(1999),
『벙어리장갑』
(2002) 등이 있음. 이밖에 소설집과 평론집 다수.
제12회 한국문학작가상(1987), 동서문학상
(1994), 정지용문학상(1997), 제35회 한국시인협회상(2002) 수상.
- 고려대 국어교육과 교수
- 시 전문지 『시안(詩眼)』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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