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서만 하루 평균 6건…시민들 불안에 떨어
【서울=뉴시스】배민욱 기자 = "지하철 타기가 무섭고 두려워요."
시민의 발인 서울 지하철에서 성폭행, 소매치기, 폭력 등의 범죄가 빈번하게 발생해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서울 시민은 불안하다. 지하철도 마음 놓고 탈 수 없는 상황이 됐기 때문이다. 지하철을 타는 것이 무서울 지경이다.
지하철에서 옆 자리에 앉은 여성을 성추행한 A씨(46)가 범행 하루 만에 경찰에 자진출석했다.
A씨는 자신이 20대 여성을 성추행한 동영상이 인터넷을 통해 급속히 유포된 뒤 경찰 수사망이 좁혀오자 심리적 부담을 느껴 1일 오후 지하철경찰대에 자수한 것이다.
A씨는 지난달 30일 지하철 2호선 신도림역행 막차 전동차 안에서 짧은 치마를 입은 채 옆 자리에서 졸고 있는 B씨(26·여)의 허벅지를 더듬는 등 성추행 한 혐의를 받고 있다.
그는 경찰 조사에서 "동영상을 보고 (내가 성추행)한 것을 알았다"며 "술에 취해 있어서 정확한 것은 기억나지 않지만 반성하고 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하철 안에서 흉기 난동을 벌이거나 난투극을 벌이는 일도 비일비재하다.
지난 6일 오후 7시10분께 서울 지하철 2호선 전동차 안. C씨(43)는 서울대입구역에서 교대역에 도착할 때까지 흉기를 들고 승객들에게 욕설을 내뱉었다. 이 과정에서 그는 윗옷을 벗어 온몸에 그려진 문신을 드러내기도 했다.
C씨의 난동은 10분 동안 지속됐지만 다친 승객은 없었다. 그러나 퇴근길 지하철 안은 공포분위기가 따로 없었다.
경찰은 교대역에서 지하철을 멈춰 세운 뒤 C씨를 붙잡았다. 지체장애 5급인 그는 난동 당시 술에 취해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 10월에는 10대 여학생과 60대 할머니가 난투극을 벌이는 동영상이 인터넷에 올라와 논란이 됐다.
당시 '지하철 난투극'이라는 제목의 동영상에서는 한 여학생이 다리를 꼬고 앉아 있는 것을 할머니가 "흙 묻으니 발 좀 치우라"고 지적했다.
여학생이 두 차례 사과를 하고 발을 치웠으나 할머니가 부모를 언급하면서 화를 냈다. 여학생도 반말로 응수해 결국 난투극까지 이어졌다.
절도 범죄도 기승을 부리고 있다.
서울경찰청 지하철경찰대는 지난 10월15일 지하철 안에서 승객에게 접근해 금품을 훔쳐 달아난 D씨(64·여)를 절도 혐의로 구속했다.
D씨는 10월6일 오후 1시30분께 서울 지하철 2호선 잠실역 전동차 안에서 E씨(88·여)에게 접근해 친해진 뒤 묵주 반지를 만들어 주겠다며 시가 30만원짜리 금반지를 훔쳐 달아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 조사결과 D씨는 지하철 내에서 주로 나이 많은 할머니를 대상으로 말을 건네며 환심을 사 자신을 믿게 한 뒤 금품을 낚아채는 수법을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지하철은 각종 범죄의 놀이터가 되고 있다.
서울경찰청에 따르면 2007년부터 올해 8월까지 서울지하철 내 절도·성폭력·폭력 범죄는 총 7844건이 발생했다. 하루 평균 5.9건의 지하철범죄가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범죄유형별로는 폭력범죄가 하루 평균 2.9건, 성폭력범죄가 1.8건, 절도범죄가 1.1건 발생했다.
연도별로는 2007년 1878건, 2008년 1994건, 2009년 2284건으로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올해 8월 현재까지는 1688건이 발생했다.
올해 1월부터 8월까지 서울지하철에서 발생한 범죄는 총 1688건이다. 이 가운데 카메라 폰으로 여성의 은밀한 부위를 촬영하거나 신체접촉을 시도하는 성폭력 범죄가 796건(47.1%)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2호선에서 가장 많은 458건이 발생했다. 이어 ▲1호선(155건) ▲4호선(88건) ▲국철(32건) 등의 순이었다.
소매치기 등 절도범죄는 351건(20.8%)이 발생했다. 이중 2호선에서 가장 많은 101건이 발생했으며 국철(111건), 4호선(40건), 1호선(36건) 등이 뒤를 이었다.
폭력범죄는 541건(32.0%)이 발생, 이 가운데 2호선에서 가장 많은 234건이 발생했다. 이어 4호선(124건), 1호선(109건), 3호선(36건) 등의 순이었다.
지하철 범죄는 폐쇄적이고 혼잡하며 출구가 많다는 특징 때문에 범인을 현장에서 검거하지 않으면 매우 잡기가 힘들다.
또 지하철 범죄는 해마다 증가하고 있지만 범죄를 예방하고 범인을 검거하기에는 경찰인력이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실제로 서울시 지하철 수사대는 16곳에 불과하고 지하철 경찰대 인력도 121명뿐이다.
전문가들은 "지하철의 경우에는 내부에 CCTV도 없어 증거확보가 쉽지 않다"며 "유동인구가 많은 역구내, 환승통로 등에 경찰 근무자를 집중배치해 순찰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이어 "지하철 범죄를 전담하는 지하철 경찰대의 인력 증원이 필요하다"며 "또한 인권을 침해하지 않는 선에서 일부 시간대에만 역내 CCTV를 운영하는 등 범죄예방을 위한 대책방안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mkbae@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