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지역뉴스

구제역 확산 속 축산농가들의 ‘팔자’ 행렬

구제역 확산 속 축산농가들의 ‘팔자’ 행렬

경향신문 | 정혁수기자 | 입력 2011.01.06 15:32

 




6일 충남 홍성군 홍성읍에 위치한 홍주미트. 홍성지역 유일의 도축장인 이 곳은 요즘 눈코뜰새 없이 분주하다. 구제역 감염을 우려한 축산농가들이 너도나도 물량을 쏟아내면서 물량처리를 위한 연장근무가 다반사이기 때문이다.

구제역 발생이후 '감염 전(前), 선(先)처분' 행렬이 이어지는데다 한달여 앞으로 다가온 설 명절 대목이 겹치면서 도축장은 그야말로 장사진을 이루고 있다.

홍주미트 직원 김모씨(34)는 "경북 안동에서 처음 발생했을 때만 해도 이 정도는 아니었는데 새해 첫 날 충남에서도 구제역이 터져 버리니까 아주 난리가 났다. 물량이 2~3배는 많아진 것 같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각 라인은 쉬지않고 돌아가고 있다. 하루 물량처리 한도(돼지 3000두, 소 200두)가 위협받기 일쑤다. '충격-피 빼기-털 태우기-이분도체-검사'로 이어지는 각 처리단계 마다 물량처리에 쉴 틈이 없을 정도다.

근무시간도 연장체제로 돌입했다. 평일 오전 8시부터 오후5시까지 였던 근무시간이 물량증가로 인해 밤 9~10시로 늘어났다. 지난 5일에도 접수된 도축물량을 처리하기 위해 직원 60여명이 밤 10시까지 현장을 지켜야 했다.

홍성과 인접한 예산지역 도축장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예산 '중앙산업'의 경우 지난 5일 접수된 소 150두, 돼지 500두를 처리하느라 진땀을 뺐다. 이날 도축장으로 이어지는 45번 국도에는 소와 돼지를 가득 실은 트럭들이 바깥쪽 차선 하나를 점령한 채 100여m 가량 늘어선 진풍경이 벌어지기도 했다.

한 직원은 "일이 많은 건 좋은 일이지만 구제역 상황 때문에 농민들이 한꺼번에 물량을 쏟아내는 모습을 보면 마냥 즐거워할 수도 없는 거 아니냐"고 안타까워 했다.

농민들은 "가슴은 아프지만 어쩔 수 없는 것 아니냐"며 손사래를 쳤다. 홍주미트 부근에서 만난 인모씨(62·축산업)는 "구제역이 곧 진정된다면야 어떻게라도 기다려 보겠지만 지금은 어디로 튈 지 모르는 상황"이라며 "그냥 손 놓고 앉아 있다간 제 값은 커녕 사료비조차 건지지 못할 게 뻔한데 어떻게 기다리겠나. 그냥 잡는 게 낫지"라고 말했다.

< 정혁수기자 overall@kyunghya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