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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초구 이야기

【저녁 독수리】로버트 펜 워렌/서초구 김안숙 옮김

【저녁 독수리】

 

 

로버트 펜 워렌

 

        빛의 평면을 타고, 노을이 만들어 놓은 평면기하학과 오키드를 날개로 휘저으며,

        산 정상 그림자의 검은 앙상한 모습에서 나와, 소나무와 목구멍 같은 협곡위에

        요란하게 밀어 닥치는 마지막 빛사태을 타고, 독수리가 날라 온다.

       

        날개는 다음 날을 크게 잘라 베고, 그 움직임은 철날의 날카로운 움직임이다,

        우리는시간의 줄기들이 큰 소리 없이 떨어짐을 듣는다.

        하나하나 줄기머리는 우리 인간의 오류 금박이로 무겁구나.

 

        보아라! 보아라! 독수리는 마지막 빛을 박차고 날아오른다.

       그는 시간도 오류도 모르고, 그리고 용서하지 않는 그 눈 밑에

       용서받지 못한 세상이 그림자 속으로 맨 돌고 있다.       

 

           

 

Evening Hawk

 

 

 

Robert Penn Warren

 

        From plane of light to plane, wings dipping through Geometrics and orchids that the sunset builds,

        Out of the peak's black angularity of shadow, riding The last tumultuous avalanche of

        Light above pines and the guttural gorge, The hawk comes.

       

        His wings Scythes down another day, his motion Is that of the honed steel-edge, we hear

        The crashless fall of stalks of Time.

        The head of each stalk is heavy with the gold of our error.

 

        Look! Look! he is climbing the last light

        Who knows neither Time nor error, and under

        Whose eye, unforgiving, the world, unforgiven, swings Into shadow.

 

(from New and Selected Poems 1923-1985, Random House 1985)

 

 

 

 

  마지막 빛이 깃드는 저녁 거대한 산을 배경으로 조류의 왕인 독수리가 빛을 등지고 날고 있다. 저녁독수리가 보여주는 모습은 노을의 평면, 공간을 '떠내는'(Dipping) 날개의 움직임(소리), 거대한 마지막 빛을 ‘타는’(‘편승하는’, Riding) 날개의 움직임(소리), 그리고 하루를 ‘큰 낫으로 자르는’(Scythes), ‘날카롭게 찢는’(Honed) 날개의 움직임(소리)등이다.

  ‘퍼내며’, ‘편승하며’, ‘자르며 찢어내는’ 독수리 날개의 움직임(소리)에서 시인은 현시대의 소리를 듣는다. 현시대의 무슨 소리인가? 그것은 ‘현시대의 인간구조’(Stalks of Time)가 ‘소리 없는 추락’(Crashless Fall)을 하는 소리이다. ‘우리 인간의 오류덩어리’(Gold of Our Error)로 무거워진 인간구조가 타락하는 소리이다.

  현시대도 오류도 모르고 마지막 황혼 빛을 솟구쳐 날아오르는 독수리의 용서를 모르는 눈에 비친 세상. 즉 ‘용서받지 못할() 세상’(World, Unforgiven)이 어두움 속으로 맴 돌며 빠져 들어가는 소리인 것이다.

  ‘저녁 독수리’의 독수리는 미국을 의미한다. 미국은 날개를 활달하게 팔딱거리고 날카롭게 공기를 자르며 황혼의 빛을 거슬러 날아오르고 있다.

 

  그러나 그러한 미국의 날개움직임모습(소리)에서 무거운 오류덩어리로 인해 미국의 구조가 소리 없이 무너지는 소리를 듣는다. 용서받지 못한 미국의 세상이 어두움가운데에서 소용돌이치는 소리를 듣는다.

  로버트 펜 워렌의 시세계는 그의 태어난 미 남부농촌에 근거를 둔 고전적인 미적 이상(Classical Aesthetic Ideals)이 고, 그의 지성적인 교육배경과 그가 후기생애를 보낸 미국 New England의 삶이 만들어 낸 자유적(개혁적) 사고이다.

  그는 그 세대의 미국 최고의 시인 중 한 시인이면서 ‘All the King's Men" 재목의 소설을 써서 1947 Pulitzer상을 받기도 하였다. 그리고 그는 2개의 시부문 Pulitzer상을 받았다. Promises: Poems, 1954-1956’으로 1957년에, Now and Then: Poems, 1976-1978'으로 1979년에 받은 것이 그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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