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욕탕 휴게실 안마의자
류 근 조
돈만 넣으면 불을 켜고 작동하는
自動販賣機를 최승호 詩人이
賣春婦의 은유속에 담아 냈듯이
나는 목욕탕집 휴게실에 놓인
안마의자를 盲人안마사에 비유코자한다
아니, 糟糠之妻의 알뜰한 손에 비유코자한다
(실제로는 十中八九 이런 마누라는 없다고
보는 게 내 所見이긴 하지만)
어느날 이발하러 간 목욕탕에 딸린 이발소에서
기다리는 시간이 아까워 무심코 천원짜리 한 장을
넣으라는 설명대로 지폐구멍에 넣고
안마의자에 앉았다가 난 이 의자의
안마실력에 아주 큰 감동을 먹었기 때문이지
정말 겨울밤 길거리에 손님을 찾아나서야
그나마 생계가 유지된다는,
안마사의 생계를 위협하는,
이런 안마의자의 놀라운 노동력을 확인하고서는
만일 앞으로 이러다가는 전자상거래와 같은
소위 “그림자노동” 외엔
종국엔 “건강챙기기운동”말고는
사람이 대신하는 돈벌이 노동력이
견뎌낼 재간이 없으리라 싶었지
누군 이런 날보고 마당 꺼진 데 솔뿌리 걱정이냐
할지도 모르지만
솔직히 말해 우리 모두
그때쯤 되면 애써 땀흘릴 일도 없을 테니
무지 무지 심심할 것 같아 걱정이 되기도 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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