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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스타임 가상 인터뷰] i극락에 있는 스티브 잡스를 만나다

매거진 esc] 커버스토리
[페이스타임 가상 인터뷰] i극락에 있는 스티브 잡스를 만나다
“근사함·훌륭한 매너·고상한 인품…난 그런 거 흥미 없어~하하”


스티브 잡스. 그를 꼭 만나보겠다고 무작정 미국 샌프란시스코를 향해 태평양을 건넌 사람도 있었다. 이젠 그러려면 태평양이 아니라 황천길 지나 요단강이라도 건너가야 할 판이다. 그러나 걱정하지 마시라. 그가 남기고 간 페이스타임(애플제품의 영상통화 기능)이 있지 않은가. 질문은 아이폰으로 트위터와 페이스북의 누리꾼들한테 모았다. 독하고 직설적이고, 따뜻하고 현명한 질문들을 골라 가 대표로 페이스타임을 날린다. 자~ 가상 인터뷰, 시~작!

당신이 떠난 지 벌써 보름이네요. 역시나 한국에서는 엄청난 일이라도 난 것처럼 와글와글하다가 당신을 벌써 잊은 듯해요. 그곳이 어딘지 모르겠지만, 어쨌든 안부는 묻고 시작하죠. 어때요? 잘 지내고 있나요?

“여긴 극락이에요. 뭐 천국이라고 해도, 아이헤븐(iHeaven)인 것은 같군요. 아직 최종 목적지에 도착한 것 같지는 않아요. 사람들이 줄을 길게 서 있는데, 저마다 가는 곳이 다른가봐요.”

스티브 잡스가 페이스타임으로 주변 곳곳을 비춰준다. 줄지어 선 이들은 불안과 설렘이 뒤섞인 묘한 표정을 짓고 있다. 하지만 잡스는 최종 목적지도 모르면서 별 걱정이 없어 보였다. 인도 수행자를 쫓아다니다 위기에 처했을 때 ‘이곳을 벗어나게만 해주면 착한 사람이 되겠다’고 기도했다던데, 그 때문일까?

» 1984년, 스티브 잡스는 그래픽 사용자 인터페이스를 도입한 개인용 컴퓨터 매킨토시를 세상에 선보였다. 사진 AP 뉴시스
“몸의 고통은 사라졌지만, 아직 얼떨떨하긴 해요. 이렇게 빨리 올 줄 몰랐거든요. 지구에서 ‘우주에 한 방 먹일 것’(1980년대 애플 개발팀 독려를 위해 즐겨 쓰던 말)을 제대로 만들려면 좀 더 일을 하고 왔어야 했는데…. 한편으론 괴롭기도 하고요. 여기저기서 절 원망하는 사람들이 내가 언제 오나 기다리고 있었더라고요. 폭스콘(주문자 상표 부착 방식으로 아이폰을 생산하는 중국계 기업. 열악한 노동환경 탓에 2010년 노동자 14명이 투신자살했다)에서 일하던 사람들은 중국어로 뭐라고 이야기하는데, 무슨 말인지 알아들을 수가 있어야죠. 그저 난 ‘아임 소리’라고 할밖에요.”

솔직히 별로 난처한 표정은 아니다.

잡스, 당신한테 사과하고 싶다는 사람들도 있죠? 삼성전자 같은 업체들을 카피캣(모방 제품 만드는 기업)이라 비웃었지만, ‘있던 것 잘 포장해 만들었을 뿐인 당신과 애플이 진짜 카피캣 아니냐’고 여겼던 사람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