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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즉사한 곽노현, 사즉생한 강호동<칼럼>곽 ´선의의 긴급부조´ 변명으로 일관-강 ´내 불찰´ 승복

생즉사한 곽노현, 사즉생한 강호동
<칼럼>곽 ´선의의 긴급부조´ 변명으로 일관-강 ´내 불찰´ 승복
한사람은 구속되고 한사람은 여론 반전…누가 부활할지 명약관화
하태경 열린북한방송 대표 (2011.09.14 12:01:47)

 

 

 

 

이순신 장군은 생즉사 사즉생(生卽死 死卽生·살고자 하면죽고, 죽고자 하면 살리라)이라는 말씀을 남기셨다. 최근 곽노현 교육감과 연예인 강호동의 처신은 생즉사 사즉생의 의미가 현실에서 어떻게 나타나는지 아주 잘 보여주는 사례다.

곽 교육감은 억지로 살려고 몸부림치면서 죽어가고 있고 강호동은 장렬히 자신의 몸을 던짐으로써 다시 부활의 길을 가고 있다. 곽 교육감은 세상이 모두 비웃는데도 자기 책임을 아랫 실무자들에 미루며 끝까지 살려고 몸부림치지만 결국 구속되었다. 하지만 강호동은 법적으로 따지자면 아무런 하자가 없고 또 세무사에게 책임을 미룰 수 있음에도 자신이 모든 허물을 떠안고 잠정은퇴 발표를 했다.

곽 교육감은 누가 보더라도 단일화 댓가로 2억을 주었다. 관련 증거들이 속속 나오고 있다. 그럼에도 그는 끝까지 댓가성을 부인하고 “선의”의 긴급부조였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그리고 그는 “후보직을 매수하려 한 적이 없다. 동서지간인 실무자들 사이의 약속 같지 않은 구두약속에 대해서는 10월말까지 전혀 몰랐다”며 끝까지 오리발을 내밀고 있다.

또 2억을 현금으로 준 것에 대해서도 공개되면 “사회적으로 큰 물의가 빚어질 것이기에 평생 처음, 조심스런 마음으로 남 몰래” 준 것이라고 강변한다. 마치 한번 거짓말을 하니 거짓말이 꼬리에 꼬리를 무는 격이다.

그러나 영장전담판사의 생각은 달랐다. 판사는 ´범죄사실이 소명´되며 ´증거인멸의 우려´가 있다며 영장을 발부했다. 돈의 액수와 돈의 조성과 전달방식과 박교수 측이나 주변 관련자들의 진술이나 증언을 종합하면 대가성이 인정될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는 것이다. 그리고 곽노현이 계속 대가성을 부인하며 선의의 긴급부조를 주장하고 있기 때문에 주변 인물과 말을 맞추며 증거인멸을 시도할 가능성이 높다고 본 것이다.

이런 곽노현 사건과 비교해 볼 때 강호동 건은 정말 억울할 수도 있는 사안이다. 먼저 강호동은 탈세를 한 것이 아니다. 탈세란 자신의 수입을 줄이기 위해 장부를 허위로 작성한다던지 아니면 이중장부를 작성하는 등 부정을 저지르는 것이다. 강호동이 이랬다면 당연히 검찰이 조사하고 기소 여부를 판단했을 것이다.

강호동의 문제는 본인 수입에 있어서 비용 산정 문제를 두고 세무사와 국세청 사이의 입장 차이에서 비롯된 것이다. 강호동 같이 연 수십억 이상의 수입을 올리는 프리랜서는 세무사를 둘 수 밖에 없다. 자신의 수입을 정리해서 모두 자진신고해야 하기 때문이다.

프리랜서의 경우는 법인보다 비용 산정 문제가 복잡하다. 가령 법인은 저녁 회식하고 법인 카드로 계산하면 비용에 포함된다. 세금을 낼 때는 이런 비용을 제외한 순수입을 기준으로 한다. 그러나 강호동같이 프리랜서의 경우는 이런 회식이 비용에 포함되는지 안되는지 세무사와 국세청 간의 입장이 다를 수 있다.

강호동 같은 고소득 프리랜서들은 돈을 쓰는 순간 마다 이런 문제에 부딪친다. 아울러 세무사 입장에서는 가능한 비용을 많이 잡아서 세금을 적게 내도록 해야 한다. 그것이 자기 역할이다.

이건 비단 세무사만의 역할이 아니라 대부분의 국민들이 그렇게 한다. 가령 월급쟁이들도 연말정산할 때 세금 돌려받을 액수를 높이기 위해 다양한 비용을 합산해 넣는다. 애매한 부분은 가능한 비용으로 처리한다. 이 중에 인정되는 것도 있고 인정되지 않는 것도 있다. 그럼 연말에 세금을 좀 적게 낼수도 있고 좀 더 많이 낼수도 있다. 세무행정이 이런 것이다.

더군다나 강호동은 국세청의 추징금 부과에 대해 곽교육감처럼 따지지도 않았다. 바로 추가 산정된 세금을 “충실히 내겠다” 고 답했다. 여론 때문일 수도 있다. 하지만 곽 교육감도 여론의 압력을 받는 것은 동일하다.

결국 강호동은 "세금 문제는 그 이유를 막론하고 관리를 철저히 하지 못한 내 불찰이고 내 잘못"이라며, "자숙의 시간 동안 세금 문제뿐 아니라 그동안 놓치고 살아온 것은 없는지, 초심을 잃고 인기에 취해 오만해진 것은 아닌지 찬찬히 저 자신을 돌아보겠다"며 전격적인 잠정은퇴 선언을 했다. 곽교육감이 지저분하게 사는 길을 택했다면 강호동은 깔끔한 죽음의 길을 택한 것이다.

하지만 강호동은 죽지 않았다. 사퇴 기자회견이 있자마자 여론이 반전되고 있다. 강호동은 조금 시간이 지나면 재기에 성공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곽노현은 어떨까? 그도 재기할 수 있을까? 구속된 곽교육감은 이순신 장군이 말한 생즉사, 사즉생의 의미를 다시 한번 곱씹어 보아야 할 것이다.

글/하태경 열린북한방송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