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인사이드] "어차피 한번 죽는데…" "감독할 나이에 어찌…" "참 내 팔자도… 출마 !"
입력 : 2011.04.01 02:12
[손학규 분당乙 출사표 내기까지]
애초 정동영계 출마 요청에 손대표측 "죽으라는 거냐"
여론조사 결과 나쁘지 않고 신경민 영입 안되자 마음굳혀… 박지원도 "정 안되면 나가야"
지난 29일 서울 여의도의 한 일식집. 민주당 손학규 대표와 참모그룹이 점심식사를 함께 했다. 손 대표가 경기 성남 분당을 보궐선거 민주당 후보 발표 시한(時限)으로 못박았던 '3월 말'까지 이틀 남은 시점이었다.손 대표를 포함해 이낙연 사무총장, 신학용 의원, 양승조 대표 비서실장, 이춘석·차영 대변인, 이철희 당 전략기획위 부위원장 등이 참석했다. 이날 대화 주제는 손 대표의 분당을 출마 여부였다. "출마해야 한다"는 의견은 양 실장이 유일했다. 그는 "어차피 한번 죽는 거 아니냐"고 했다. 그러나 차 대변인은 "(손 대표가) 64살이면 감독할 나이인데 타자가 부실하다고 직접 나서면 어떡하냐"고 했고, 이 총장도 "천막에서 자고 계속 고생하는데 (분당을에 나가라는 건) 더 고생하라는 얘기 아니냐"고 했다.
묵묵히 듣던 손 대표는 "내가 분당을에 출마하지 않고 강원도와 김해에 가서 표를 달라고 하면 국민들이 뭐라고 생각할까. 참, 내 팔자도…"라고 했다고 한다. 이철희 부위원장은 "나가고 싶어서 나가는 게 아니라 피할 수 없는 운명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고 당시 분위기를 전했다. 손 대표는 3월 30일 새벽 출마 결심을 굳혔고, 오전 3시 30분쯤 측근에게 전화를 걸어 "분당에 전셋집을 알아보라"고 지시했다. 그날 오후 손 대표는 출마를 선언했다.
민주당에서 '손 대표 차출론'을 처음 지핀 쪽은 비주류측이었다. 정동영 의원계로 분류되는 문학진 의원이 2월 21일 당 회의에서 "한나라당이 중화기 군단을 내세우려 하는데 소총으로 싸움이 되겠나. 손 대표 출마를 공식 요청한다"고 했다. 손 대표측에서는 "민주당이 절대 열세인 분당을에 출마하라는 것은 나가서 죽으라는 얘기"라며 불만을 터뜨렸다. 손 대표측에선 "정 의원 쪽에서 손 대표 이후 당권을 노리고 분당을 출마로 몰고가는 것 아니냐"는 말까지 나왔다.
손 대표는 이 같은 당내 논란에서 침묵으로 일관했다. 다만 측근들에게 "나의 출마 문제에 대해선 시인도 부인도 하지 말라"는 지시를 내렸다. 한 측근은 "본인 출마에는 회의적이었지만 자신이 안 나간다고 하는 순간 분당을이 바로 한나라당으로 쏠린다고 판단한 것 같다"고 했다. 그러다 지난달 10일 의총에서 "재·보선에서 어떤 일도 마다하지 않겠다"고 처음으로 출마 가능성의 운을 뗐다. 손 대표의 한 측근은 "처음부터 손 대표는 (지역구인) 서울 종로를 떠나 분당을로 출마할 명분이 없다고 봤다. 내키지 않아 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지난달 15일 모 신문사 여론조사에서 손 대표가 정운찬 전 국무총리와 '43.5%대46.0%'의 초박빙 승부를 펼치는 것으로 나왔다. 그날 손 대표는 "당을 위해 어떤 일이든 내 몸을 사리지 않겠다"는 말을 했다.
손 대표에게 '분당을이 무조건 지는 게임이 아닐 수 있다'는 여론조사가 계속 나왔어도 손 대표는 막판까지 외부인사 영입에 직접 나섰다. 지난 26일을 전후해서는 신경민 전 MBC앵커를 2~3차례 접촉했다고 한다. 신 전 앵커 자택까지 찾아가는 등 '삼고초려'의 공을 들였으나 실패했다.
비슷한 시기, 손 대표는 대구 출신 윤덕홍 전 최고위원과 전현희 원내대변인 카드도 고려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손 대표 지지를 선언했던 이광재 전 강원지사는 지난 24일 손 대표를 만나 "왜 대선주자가 보궐선거 같은 데 나가느냐"며 전 대변인을 '대안'으로 추천했다는 것이다.
손 대표는 그간 출마 문제를 놓고 박지원 원내대표와 주로 상의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박 원내대표는 손 대표에게 "끝까지 외부 영입에 최선을 다하고, 정 안되면 손 대표가 나올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었다. 지난 30일 손 대표가 출마를 선언하자 최영희·전혜숙 의원 등은 원내대표실을 찾아 "박 원내대표 작품 아니냐"고 항의했다고 한다. 손학규계인 최·전 의원이 출마 선언 후에도 반대할 만큼 당내 논란과 진통이 적지 않았다는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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