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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초구 이야기

RFID 수거기 AS기간 끝나자 애물단지 전락/음식물 쓰레기 저감 목적 보급…업체 부도·기계 고장 잇따라

RFID 수거기 AS기간 끝나자 애물단지 전락

음식물 쓰레기 저감 목적 보급…업체 부도·기계 고장 잇따라

  • 국제신문
  • 권용휘 기자
  • 2015-07-23 19:25:25
  • / 본지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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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한 아파트 단지 주민이 RFID 음식물 쓰레기 수거기를 이용하고 있다. 국제신문 DB
 
- 주민이 유지관리 비용까지 부담 

3년째를 맞고 있는 RFID(전자태그인식방식) 음식물 쓰레기 수거기가 애물단지로 전락했다. 보수 등 사후 관리에 대한 충분한 고려 없이 사업 추진에만 급급해 음식물 쓰레기 종량제 정착에 걸림돌로 작용한다. 

23일 부산시에 따르면 2013년부터 공동주택 33만6000세대에 RFID 음식물 쓰레기 수거기를 설치했다. 100세대당 1대꼴로 설치되는 점을 참고하면 약 3600대가 설치됐다. 국비 지원이 끊긴 올해에는 3만5000세대에 설치할 예정이다.  

RFID 음식물 쓰레기 수거기는 개별 가구의 쓰레기양을 자동으로 인식해 비용을 내게 하는 전자식 음식물 쓰레기통이다. 음식물 쓰레기를 줄이려고 정부에서 보급을 독려했다. 시가 2012년 10월 1일부터 2013년 9월 30일까지 1년간 RFID 음식물 쓰레기 수거기를 설치한 아파트 16만6000세대를 비교 분석한 결과, RFID 수거기를 설치한 후 세대 당 음식물 쓰레기 배출량이 일 평균 598.7g에서 483.2g으로 19% 가량 줄었다.
음식물 쓰레기 저감 효과가 크지만 2년 정도의 유지보수 기간이 지나면 골칫덩이로 전락한다. 지난 11일 사상구 엄궁동 한 아파트 모 동에 사는 주민들은 음식물 쓰레기를 버리려다가 낭패를 봤다. RFID 음식물 쓰레기 수거기가 가득 찼다는 이유로 열리지 않았다. 분명히 빈 통이었지만 기계 고장으로 발생한 문제였다. 이틀 후에는 이 아파트 다른 동에 있는 장비 2대가 같은 오류를 나타냈다. 이 아파트 측은 업체에 수차례 고장 신고를 했지만, 업체 측은 유지보수 기간이 끝나 나중에 방문하겠는 답변만 했다. 아파트 주민들은 수일간 어쩔 수 없이 냄새가 나는 음식물 쓰레기를 집안에 보관해야 했다.  

RFID 음식물 쓰레기 수거기 업체가 부도가 나 주민들이 곤란을 겪은 경우도 있었다. 지난해 부산 북구 일대 아파트 단지 22곳 2만24세대에 RFID 음식물 쓰레기 수거기를 공급한 업체가 부도가 나는 바람에 입주민들이 큰 불편을 겪었다. 업계 관계자는 "초기 공급한 기계에서 문제가 자주 발생한다. 영세한 업체에서 너도나도 보급에 달려들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2013년 26만9000세대에 설치된 RFID 음식물 쓰레기 수거기는 이미 유지관리 기간이 지났거나 곧 끝난다. RFID 음식물 쓰레기 수거기가 각종 고장을 일으키는 가운데 음식물 쓰레기를 버리지 못하는 낭패를 겪는 주민은 점차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일선 지자체는 유지보수 기간이 끝난 RFID 음식물 쓰레기 수거기 관리는 이용자 스스로 부담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일선 지자체가 보급에만 열을 올리고 사후 발생하는 운영비 문제는 제대로 알리지 않아 주민은 속은 기분이다. 아파트 한 입주민은 "기기당 연간 15만~18만 원의 운영비를 부담해야 한다면 기기 설치에 동의하지 않았을 것이다"고 말했다. 기장군 등 일부 지자체는 유지관리비를 부담해 형평성에도 문제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