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파파! 프란치스코 / `아시아 청년들과의 오찬` 참석 대학생 朴모씨 ◆
프란치스코 교황이 15일 아시아청년대회가 열리고 있는 충남 당진 솔뫼 성지를 방문했다. 포프 모빌을 타고 이동하는 교황을 신도들이 환영하고 있다. [사진 공동취재단] 15일 태양이 뜨겁게 내리쬐는 오후 여대생 박 모씨(24)는 차창 너머로 도로 옆에 깔린 엄나무 밭을 바라보며 환한 미소를 지었다. 그는 이날 오후 1시 세종시 전의면 대전가톨릭대에서 열린 `아시아 청년들과의 오찬`에서 교황을 만나고 나오는 길이었다. 아시아 17개국에서 대표로 뽑힌 청년 19명과 함께 그토록 보고 싶던 교황님을 만났다는 사실이 아직도 믿기지 않았다.
4년 전만 해도 박씨는 `오늘`을 상상할 수도 없는 처지였다. 당시 고등학교 3학년이던 그는 음식이 세상에서 제일 싫었다. 보기만 해도 구역질이 나왔고, 삼키는 것은 더욱 힘들었다. 키 153㎝, 몸무게 27㎏. 고등학생이라고 도무지 믿기지 않을 정도로 앙상하고 작았다. 눈물을 머금고 학교를 휴학해야 했다. 학교를 떠난 그는 세상과 더 고립됐다. 부모는 홀로 싸우는 딸을 눈물로 지켜봤다. 아이를 고쳐보고자 백방으로 노력했다. 좋은 음식과 약도 소용없었다. 이를 악물고 딸을 정신병원에 입원도 시켜봤다. 병원에서 딸은 더 악화됐다. 죽겠다며 자해 소동을 벌였다. 진짜 박씨에게 하루하루가 지옥 같았다. 부모 마음도 멍이 들어갔다. 절망의 끝에서 목 놓아 울던 부모는 지인의 소개로 천주교 청소년 담당 사제를 소개받았다. "신부님, 제발 우리 딸 좀 살려주세요." 부모의 눈물 섞인 한탄을 묵묵히 듣던 신부가 입을 열었다. "전 의사가 아니어서 따님을 살릴 능력은 없지만 친해질 수 있는 기술은 있습니다." 신부가 딸과 친해지기는 쉽지 않았다. 오랫동안 고립된 채 투병생활을 한 끝에 소녀는 심한 대인기피증에 걸린 상태였다. 신부는 3개월간 소녀를 관찰했다. 부모는 신부를 집으로 초대해 딸과 자연스럽게 친해지도록 자리를 만들었다. 그렇게 딸의 말동무가 된 신부는 어느 날 소녀에게 제안을 했다. "내년(2011년)에 스페인에서 세계청년대회가 열리는데, 너 거기 갈래?" 소녀는 무관심한 척했지만 내심 마음이 두근거렸다. 지긋지긋한 고통의 끝에서 빛을 줄 신나는 모험이 기다리고 있을 것만 같았다. 신부는 "의사가 지금 이 체력으로는 힘들다고 하니 몸무게를 40㎏으로 만들어 오면 데려가겠다"고 했다. 박씨는 호기심 반, 오기 반으로 그 제안을 수락했다. 시간이 지나자 호기심은 기대로 바뀌어갔다. 그리고 새로운 삶을 살고 싶다는 용기가 스멀스멀 올라왔다. 그토록 싫어하던 병원에 제 발로 찾아갔다. 치료는 혹독했다. 하지만 견디다 보니 어느덧 몸무게는 신부와 약속한 대로 40㎏가 넘어가 있었다. 스페인에서 열린 세계청년대회는 기대 이상이었다. 하루에 수십 ㎞를 걸어야 했다. 몸은 힘들었지만 마음은 평온했다. 전 세계에서 온 청년들은 가족처럼 서로를 격려했고 북돋워줬다. 스페인에서 돌아온 그는 달라져 있었다. 생기와 희망이 마음속에 우물처럼 샘솟았다. 그는 귀국하자마자 곧바로 복학했다. 새로운 삶이 시작됐다. 미국 워싱턴주립대에서 심리학을 전공하고 있는 그는 매일 꿈을 향해 정진한다. 요즘은 "자신과 같은 병에 걸린 사람을 고칠 수 있도록 전공을 의학으로 바꿀까 생각 중"이라고 말했다. [대전 = 이선희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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