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 어머니의 자장가였다.
청산/김안숙
나는 바람이었다.
사방팔방 빈 몸둥아리로
자유롭게 거리는 세상에 벌거숭이였다.
쉴새 없이 생각하고 달려가
빈둥거리는 세월 정도는 날려버리고
침묵하는 산천을 깨우는 부지런한 바람이었다.
사람도 사랑했고 사물도 사랑했고
들풀의 서러움을 달래주는 친구였고
강물도 바닷물도 춤을 추게 한 노래였다.
사랑을 버린 쓰레기 더미에도
조각난 바람의 손길 뻗어가고
산산이 부서진 마음 품고 밤낮으로 앉아 있었다.
그리움 담은 여인의 치마폭처럼
어둠 속에는 짙게 깔리는 숨소리였고
사랑을 지키는 어머니의 자장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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