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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5일 '박근혜 복지안과 민주당 복지안을 논한다'라는 주제로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한국미래발전연구원 세미나에서 전병헌 민주당 정책위의장 등 참석자들이 토론하고 있다. |
ⓒ 남소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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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의원은 복지를 지향하는 정치인 이미지는 얻었지만 복지를 추구하는 정치인이 져야 할 부담과 책임은 완벽하게 회피했다."
노무현 정부에서 청와대 사회정책수석을 지내고 '비전2030'을 만들었던 김용익 서울대 교수가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의 한국형 복지국가 구상에 대해 내린 평가다.
'친노' 진영의 싱크탱크인 한국미래발전연구원의 원장을 맡고 있는 김 교수는 15일 국회에서 열린 '박근혜 복지와 민주당 복지를 논한다' 세미나에서 "'박근혜 복지'의 구상은 광대하고 논리는 정연하지만 구체적 정책 방안을 전혀 제시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
채점할 수준 못 되는 박근혜의 '복지 답안'
김 교수는 "박근혜 복지가 어떤 프로그램을 통해 어느 정도의 소득보장과 사회서비스를 제공할 것인지를 말하지 않는 한 아무도 그 가치를 판단할 수 없다"며 "결국 박근혜 복지는 모든 말을 다 한 것처럼 보이지만 아무 말도 안 한 것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다시 말해 박 전 대표가 제출한 답안지가 아직 채점을 할 수준은 아니라는 이야기다.
그렇다고 해서 김 교수가 박근혜 전 대표의 복지 구상에 대해 기대를 완전히 접은 것은 아니다. 아직 답안지에 빈칸이 많은 만큼 어떤 내용을 채워넣느냐에 따라 평가가 달라질 수 있다는 입장이다.
김 교수는 박 전 대표의 생애주기별 맞춤형 복지 구상에 대해 "노무현 정부가 추진한 '비전 2030'과 놀랍도록 일치한다"며 "사회보장과 사회서비스의 조화, 맞춤형 복지, 선제적 투자로서의 복지 등은 모두 '노무현 복지'의 구상과 정확히 같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박근혜 복지는 보수진영이 발표한 최초의 종합적 복지 방안이라는 점에서, 그리고 유력한 대선 후보의 방안이라는 점에서 복지국가로 가는 길목에 상당히 중요한 의미가 있다"며 "민주당 복지에 비해 비교할 수 없이 규모가 큰 보편적 복지 구상이 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단, 조건을 달았다. "박근혜 의원이 '한국형 복지국가'를 구현하자면, 박정희를 계승하는 게 아니라 정면으로 극복해야 한다"는 것이다.
박근혜 복지가 진정성 인정 받으려면...
김 교수는 "박정희 전 대통령은 철저한 '선성장 후복지' 담론을 유산으로 남겼고 그 유산은 너무나 강력하게 한국사회를 사로잡아 왔다"며 "박 전 대통령의 딸인 박근혜 의원조차 '한국형 복지국가'를 구현하자면 아버지가 남긴 부정적 장애요인을 넘어서야 한다"고 말했다. 한나라당 등 보수세력이 제기하고 있는 '복지 망국론'을 깨지 못한다면 "박근혜 복지의 수준이 매우 얇을 수도 있고 실현이 매우 느릴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김 교수는 박 전 대표가 진정성을 인정받으려면 두 가지 역할을 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우리 사회 보수 세력에게는 복지 확대의 필요성을, 부유층에게는 복지 재원 마련을 위한 증세의 필요성을 설득해 달라는 것이다.
김 교수는 "민주당을 위시한 야당 또는 시민사회의 복지 추진 세력은 (박정희 대통령이 남긴) 반복지 담론을 걷어 내기 어렵다"며 "박근혜 의원은 반복지 담론을 벗겨 내줄 적임자다, 이런 노력이야말로 '아버지의 꿈은 복지국가 건설이었다'는 말을 입증하는 길"이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또 "박근혜 복지든 어떤 종류의 복지든 막대한 재원이 필요할 것"이라며 "진보 쪽에서의 증세 주장은 부자들의 재산을 빼앗아 가려는 것으로 보이기 쉽지만 증세 주장을 박 의원이 하면 '노블레스 오블리주'가 된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날 세미나에 토론자로 참석한 전병헌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박근혜 복지는 한마디로 상표는 있는데 상품은 없다"며 "한나라당과 이명박 정부의 복지 구상을 현란한 레토릭으로 포장만 달리 한 것"이라고 혹평했다.
민주당 "'박근혜 복지' 놓고 맞짱 토론하자"
전 의장은 "무상급식, 무상의료, 무상보육과 반값 등록금 등 이른바 '3+1'에 더해 일자리, 주거 복지까지 구체적인 정책을 내놓고 재원 마련 방안을 고민하고 있는 민주당의 복지정책과 구체적 내용이 없는 박근혜 복지안을 비교하는 것 자체가 무리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박 전 대표의 경제 가정교사 격인 이한구 한나라당 의원과 심재철 한나라당 정책위의장에게 "한나라당 복지든 박근혜 복지든 장막 뒤에 숨지 말고 구체적인 정책을 가지고 '맞짱 토론'을 해보자"고 제안하기도 했다.
정세균 민주당 최고위원도 박근혜 전 대표에게 복지를 주제로 토론을 요구하는 등 구체적 안을 제시하라고 촉구하고 나섰다.
정 최고위원은 이날 CBS 라디오 인터뷰에서 "박 전 대표에게 복지 재원 마련을 위해서 부자감세를 철회할 용의가 있느냐, 복지 강화와 양립할 수 없는 줄푸세(세금은 줄이고 규제는 풀고 법질서를 세운다)를 철회할 수 있느냐고 물었지만 아무런 대답이 없다"며 "박 전 대표의 복지론은 민주당의 복지론과는 근본적 철학에서부터 정책 내용까지 차이가 많다고 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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