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일과 사람의 빈자리 서초구의원김안숙 2013. 1. 10. 07:24 사람의 빈자리 얼마 전, 친할머니께서 편찮으셔서 저희 집에 오시게 됐습니다. 하지만 저는 하나도 반갑지 않았습니다. 할머니와 방을 함께 쓰는 것은 물론이며 할머니의 식사와 약을 꼼꼼히 챙겨드리는 것과 병원에 모셔다 드리는 것 까지 모두다 제 몫입니다. 어머니께서 일을 하고 계셔서 할머니 저녁식사 준비도 해야 하기 때문에 친구들과 저녁약속은 엄두도 못 냅니다. 바닥에 날리는 하얀 흰머리를 줍는 거며, 보청기를 하셨는데도 온 집안 식구들은 큰소리를 질러야만 합니다. 어쩔 땐 속상한 나머지 할머니를 몰아붙입니다. 그러는 저의 모습에 움찔 놀라 주변을 살피기도 여러 차례.하지만 할머니는 마냥 웃으시며 아무 말씀도 안하십니다. 그러던 어느 날 제 방에 이불은 가지런히 잘 정돈되어 있었고, 빨래며 설거지까지 말끔히 해놓으셨습니다. 원래는 나중에 천천히 가시려고 했는데 작은아버지가 예정보다 일찍 오셔서 오전에 모셔갔다고 합니다. 왠지 모르는 섭섭함... 제 방도 제 마음도 멍하니 텅 비어 있는 것만 같았습니다. 식탁에 나란히 마주앉아 밥을 먹는 것도 좋았고, 심심찮게 말동무하며 TV를 보던 것도 좋았는데... 그러다 책상위에 꼬깃꼬깃 접힌 만 원짜리 5장을 보았습니다. 눈물이 울컥 쏟아져 내립니다. ‘여든이 넘으신 할머니에게는 힘든 돈이실텐데, 밉상인 손녀가 뭐가 예쁘다고...흐흑.’ 그동안 제가 못해드린 건 다 잊어버리셨으면 좋겠습니다. 지금은 잠시 가셨지만, 조만간 저희 집에 다시 오십니다. ‘할머니 빨리 오세요. 다시는 후회하지 않도록, 저 잘 할 자신 있어요. 할머니 사랑합니다.’ 저작자표시 비영리 변경금지 (새창열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