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어달라 몇 번 서초구에 부탁했는데, 결국 그 나무가 아들 죽여 … ”
[중앙일보] 입력 2011.07.30 00:28 / 수정 2011.07.30 00:34
우면산 산사태로 집앞서 아들 잃은 임방춘씨 절규
우면산 산사태로 집앞서 아들 잃은 임방춘씨 절규
중견 설비회사에 다니던 중경씨는 우면산 산사태가 일어난 지난 27일 서울 방배동 남태령 전원마을의 집 앞에 있다가 쓰러진 나무에 깔려 장기 파열로 숨졌다. 아버지 임방춘씨는 “구청에 몇 차례나 ‘베어 달라’고 요구했는데 결국 그 나무에 아들이 변을 당했다”고 말했다.
임씨의 집 앞에는 높이 20여m, 지름 1m가량의 상수리나무가 있었다. 대문에서 불과 몇m 떨어진 곳에 있던 이 나무는 지난해 추석 집중호우로 뿌리가 드러나고 집 쪽으로 크게 구부러졌다. 큰 가지들이 땅쪽을 향하고 있어 주민들은 늘 불안해했다. 임씨는 “두 달 전 구청장에게 진정서도 내고 구청에 지속적으로 민원을 제기했다”며 “당시 구청 공원녹지과 직원들이 와서 근처 나무들은 몇 그루 베어냈지만 ‘장비를 다시 가지고 오겠다’며 그 나무는 놔두고 갔다”고 했다.
사고가 나기 3일 전 구청 직원들이 다시 마을을 찾았다. 임씨 집 근처에 있는 용덕식(60)씨의 집 앞 나무를 정비하기 위해서였다. 서초구의회 부의장이기도 한 용씨는 “당시 직원들에게 이웃 임방춘씨네 집 앞에 있는 나무도 위험하니 같이 잘라달라고 부탁했다”며 “하지만 직원들은 용씨와 임씨가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 자리를 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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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산사태로 임씨 집 반지하방에 세 들어 살던 부부의 두 살배기 아들 송모(2)군도 숨졌다. 주민들은 “송군의 죽음도 인재”라며 안타까워하고 있다.
임씨는 올해 초 KT를 상대로 ‘통신주를 옮겨 달라’는 내용의 소송을 냈다. 그는 “비가 많이 올 때마다 지하방으로 물길을 돌렸던 집 앞 통신주 때문에 물이 훨씬 빠른 속도로 차올랐다”며 “KT의 입장은 통신주를 옮기는 비용(2000만원 상당)을 집주인이 내야 한다는 것이었다”고 했다. 이런 와중에 산사태가 덮치면서 반지하방으로 물이 밀려 들어왔다. 임씨는 “100% 통신주 때문이라고 단정할 순 없지만 그것만 아니었다면 충분히 아이를 구할 수 있지 않았겠느냐”고 했다.
남형석 기자·김홍희 인턴기자(연세대 철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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