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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초구 이야기

산사태 3일 뒤 연락처 몰래 바꾸고 “못받았다”

기사입력 2011-08-02 03:00:00 기사수정 2011-08-02 05:4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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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사태 3일 뒤 연락처 몰래 바꾸고 “못받았다”

서울 서초구가 산림청에서 전송한 우면산 산사태 경고 문자메시지(SMS)를 엉뚱한 직원이 받은 사실을 확인하고도 이를 은폐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서초구는 지난 5년 동안 산림청 데이터베이스에 메시지 수신 담당자를 업데이트하지 않았다가 논란이 불거지자 지난달 30일 수신 담당자를 바꾼 뒤 이 사실까지 숨긴 것으로 확인됐다. 결국 산림청이 산사태 발생 15시간 전인 26일 오후 5시24분에 보낸 첫 문자를 받고 서초구가 초동 대응을 했더라면 주민 대피 등을 통해 피해를 줄일 수도 있었을 것으로 보여 책임 논란이 더욱 거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1일 서초구에 따르면 산림청의 문자메시지는 2006년 공원녹지과에 근무하던 4명에게 네 차례 발송됐다. 이들 중 한 명은 퇴직했고, 다른 한 명은 휴직했으며, 나머지 2명은 현재 다른 과에서 근무하고 있다. 서초구는 28일 이들이 문자를 받은 사실을 확인한 뒤 30일 오후 6시 슬그머니 현재 공원녹지과 담당자 5명을 산림청 데이터베이스에 수신자로 등록했다. 같은 날 ‘산림청 예보 문자메시지를 묵살했다’는 내용이 보도되자 서초구는 보도자료를 통해 “문자메시지를 받지 못했다”고 허위로 해명했다. 서초구의 한 관계자는 1일 통화에서 “처음에 너무 강하게 부정하는 바람에 사실과 다른 해명을 할 수밖에 없었다”며 “담당자가 방법을 몰라 2006년 이후 한 번도 업데이트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서울에 내린 폭우로 우면산에서 산사태가 발생했다. 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진익철 서초구청장도 이런 사실을 이미 알고 있었다. 진 구청장은 이날 동아일보 기자와의 통화에서 “산림청 예보 시스템에 등록된 구청 담당자가 5년 전 직원들이었다는 사실을 지난달 29일 보고받았다”고 말했다. 거짓 해명한 이유에 대해선 “실무 담당자에게 물어보라”며 전화를 끊었다.

주민 3명이 사망한 방배동 래미안 방배아트힐아파트 입주자대표회 관계자는 “소송을 제기할 때 서초구의 거짓 해명을 적극 활용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인하대생 등 13명의 목숨을 앗아간 춘천 마적산 산사태 발생 이전에도 산림청이 춘천시에 주의보와 경보를 3차례씩 보낸 것으로 나타나 논란이 예상된다. 특히 사고 지점은 산사태 위험 1등급 지역이었다.

강경석 기자 coolup@donga.com  
김범석 기자 bsism@donga.com blog_ic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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