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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서에 '악마의 덫, 잘못된 만남' 등 비리연루 강한 부정

자살 임상규 총장, 잘못된 만남이 악마의 덫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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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서에 '악마의 덫, 잘못된 만남' 등 비리연루 강한 부정

(순천=연합뉴스) 손상원 기자 = 임상규(전 농림부 장관) 순천대 총장의 유서에 적힌 '악마의 덫'과 '잘못된 만남'이 의미하는 것이 무엇일까?

13일 자살한 임 총장의 승용차에서 발견된 A4용지 한 장에 쓰인 유서에는 자신이 사람을 잘못 만나 그 결과가 참혹하다는 것이 강조됐다.

임 총장은 "악마에 덫에 걸려 빠져나가기 어려울 듯하다.(중략) 모두 내가 소중하게 여겨온 만남에서 비롯됐다. 잘못된 만남과 단순한 만남 주선의 결과가 너무 참혹하다"고 적었다.

악마의 덫이나 잘못된 만남은 건설 현장 식당 브로커로 지목된 유상봉씨와의 관계를 암시했을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이날 재판 증인을 앞둔 유씨는 임 총장 자살소식에 충격을 받고 출석을 거부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임 총장이 유씨에게 장수만 전 방위사업청장과 최 영 전 강원랜드 사장, 경찰 간부급 인사 등을 소개한 것으로 보고 사실 관계를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함바 비리에 연루된 혐의가 드러나 이미 기소된 인사 중 상당수는 "임 총장을 통해 유씨를 알게 됐다"며 사건의 '몸통'으로 임 총장을 지목하기도 했다.

임 총장 스스로도 지난해 경북 지역 대형 공사현장의 식당 운영권을 얻을 수 있도록 해당 공무원을 소개해 준 대가로 유씨로부터 2천만원을 받은 혐의로 내사를 받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임 총장은 유씨와 알게 돼 유력 인사를 그에게 소개하게 된 과정을 '악마의 덫'으로 표현함으로써 애써 자신의 억울함을 호소하려 했던 것으로 보인다.

유서내용 대로라면 그는 선의로 주선한 만남이 비리 고리로 연결된 데 적잖이 당황했던 것으로 보인다.

"잘못된 만남과 단순한 만남 주선의 결과가 너무 참혹했다"는 대목에서 이같은 심경은 더욱 확연히 드러난다.

임 총장은 유서에 '내탓이거나 불찰, 더 이상의 피해가 없기를 바라'는 내용 등을 적었으나 '악마의 덫, 잘못된 만남' 등을 더 강조함으로써 상대적으로 억울함을 드러내고 있다.

하지만 임 총장이 평소 유상봉씨와 90년대부터 잘 아는 사이로 알려지고 함바비리 사건이 터지고 그 화살이 되돌아오자 극단적인 선택을 하면서 유씨에게 책임을 떠넘기는 모습을 보였다는 지적도 있다.

임 총장 선후배와 지역사회에서 받았던 신뢰 등이 한순간에 무너진 빌미가 됐던 이른바 잘못된 만남을 유서에서 강조했다는 분석이지만 역설적으로 고위 공직자의 처신의 중요성도 느끼게 하고 있다.

임 총장의 사망으로 진실이 뭔지 밝히기는 어려워졌지만, 고위 공직자의 처신과 만남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깨닫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전남 지역 한 자치단체 공무원은 "순수하게 갖는 만남이라도 민원이나 편의의 창구로 변질되거나 오해가 생길 소지는 얼마든지 있다"며 "고위 공직자에게 더 높은 수준의 도덕성과 신중함을 요구하는 것도 이런 이유일 것"이라고 말했다.

sangwon700@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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