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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초구 이야기

김권영 동작구청 국장의 ‘감격 그리고 회한’

반포 래미안, 공원터 무단점거 공무원 3년 뚝심 ‘170억 승소’
김권영 동작구청 국장의 ‘감격 그리고 회한’
막대한 이익 재건축 조합에
변상금 막히자 사용료 부과
전현 구청장·국회의원까지
“공연히 분란” 비난에 속앓이
한겨레 임지선 기자기자블로그 이유진 기자기자블로그
» 김권영(58) 서울 동작구청 행정관리국장
지난달 24일 김권영(58·사진) 서울 동작구청 행정관리국장은 대법원 판결문 한묶음을 쥐고 한동안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고 했다. 이날 대법원3부(주심 안대희 대법관)는 “서초구청이 반포주공 2단지 재건축조합에 부과한 ‘공사기간 중 공원부지 사용료’ 169억4000만원은 적법하다”며 1·2심 판결을 뒤집고 서초구청의 손을 들어줬다. 재건축조합이 공사기간공공부지를 사용한 것과 관련해, 3년여 동안 이어진 법적 공방이 사실상 끝나는 순간이었다.

9일 만난 김 국장의 표정엔 지난 몇 년에 걸쳐 벌어졌던 일들에 대한 회한과 감격이 뒤섞여 있었다. 그는 “대법원의 판결문을 확인한 뒤 고심 끝에 컴퓨터를 켜고 서초구청 누리집에 접속했다”고 말했다. 그는 누리집 ‘구청장에게 바란다’ 게시판에 ‘진실의 저편에서’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김 국장은 “아파트 재건축조합에 공공부지 사용료를 부과하는 업무를 추진하면서 구청 간부들과 전현직 구청장한테서 온갖 배척과 핍박을 당했다”고 적었다.

그의 고생은 2007년 9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서초구청 건설교통국장이었던 그는 관내에서 재건축 공사를 하고 있는 반포주공 2·3단지가 구청 소유의 도로와 공원을 점거하고 일반인의 출입을 차단한 채 공사를 하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규모가 컸던 반포주공 2단지가 무단으로 점거해 공사중인 공원 터만 1만3606㎡에 달했다. 그는 사용 허가를 받지 않고 구청 소유의 땅을 점거하고 있는 재건축조합에 변상금을 받아야 한다고 주장했고, 이듬해 1월 서초구청은 반포주공 2·3단지에 총 500억원의 변상금을 부과했다.

하지만 재건축조합 쪽은 곧바로 대형 로펌에 의뢰해 ‘변상금 부과 취소 소송’에 나섰다. 이 소송에서 1심 재판부는 재건축조합의 손을 들어줬다. 이에 서초구청은 2009년 5월 변상금 부과를 취소하고, 반포주공 2단지에는 169억4000만원, 3단지에는 81억원의 사용료를 부과했다. 주공 3단지는 구청의 조처를 받아들여 사용료 81억원을 납부한 반면, 규모가 컸던 2단지는 ‘사용료 부과 취소 소송’에 들어갔다. 결국 이번 대법원 판결로 서초구청의 사용료 부과가 정당했음이 확인된 것이다.

김 국장은 “당시 재건축조합이 반발할 거라 예상했지만, 놀라운 건 구청 간부들과 구청장의 태도였다”고 털어놨다. 일부 구청 간부들은 김 국장에게 ‘담당도 아니면서 왜 나서느냐. 결국 민원만 생기게 될 것’이라고 판잔을 줬다. 김 국장은 “당시 구청장은 내게 다른 구청으로 가라고 했고, 그 뒤 바뀐 구청장도 공개적인 자리에서 나 때문에 민원이 발생하고 예산이 낭비되고 있다고 말했다”며 “심지어 지역 국회의원까지 내게 왜 변상금을 부과했느냐며 따지듯 묻더라”고 밝혔다.

2009년 7월 갑자기 서초구의회로 발령을 받은 그는 결국 지난 1월 “구청 내 배타적 분위기를 견디지 못하겠다”며 17년 동안 일했던 서초구청을 떠나 동작구청으로 자리를 옮겼다.

그러나 서초구청은 10일 김 국장의 주장과 소송 경과에 대해 “구청장이 김 국장의 명예를 훼손한 사실이 없으며, 지금껏 진행된 소송도 김 국장이 아닌 현 재무과장 등의 역할이 결정적이었다”고 반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