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의 세월
시/김안숙
세월 틈새로 고향 땅을 돌아보니/
세상 길 얼마나 멀게 왔는지/
눈뜨고 뒤를 보면 꼭 손에 잡힐 것 같은/
어젯밤 꿈에서 숨박꼭질 놀이처럼/
우리 집 마당 한 바퀴 같은데 어년 30년이 걸렸다./
눈감으면 한 눈에 사진 한 장 속으로 쑥 들어온/
그 긴 시간 누굴 위해 무엇을 찾아 나 여기 까지 와서/
그 세월은 가고 없는데 늙어 가는 인생을 붙잡고/
마음 속에 고향이 되어버린/
그 옛날 고향을 그려보는 얼굴을 본다./
어머니가 나를 낳은 생명의 자리/
강진 탐진강 푸른 물결을 타며/
금빛 햇살에 은빛 자태를 뽐내던/
날렵한 은어 때의 몸놀림은/
나의 청운의 꿈이 빛날 그리움이었다./
... 아지랑이 바구니 틈새로 들어와/
순진한 봄나물들과 사랑을 속삭일 때/
나도 친구도 푸른 들판에서/
동심에 피어나는 향기가 봄빛 먹은 들꽃처럼/
세월 따라 자연 따라 부푼 꿈을 키워갔다./
다시 꾸고 싶은 어젯밤 꿈속 같은 내 고향 강진/
눈이 먼저 가는 청자 빛에 햇살도 돌아가고/
세상 길 큰 흔적이 된 정양용 선생/
마음 길에 숨결이 된 김영랑 시인 손짓해준 인적은/
사람이 사는 길에 해와 달 같은 섭리였다./
고향의 나날이 구름에 가린 희미한 초승달 같지만/
서울에서 꿈과 일들이 쉬고 싶을 때/
세월을 다시 찾아 와서 고향집 감나무에 걸어두고/
고향의 꽃 같은 얼굴로 고향의 시냇물 같은 마음으로/
그리운 향수를 품고 다시 세상의 꿈을 꾸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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