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성춘 사)생활정치아카데미 원장(전 MBC 앵커)
국민에게 길을 묻다 (6)
유권자는 국회의원 투표에서 첫 번째 고려사항으로 정당 보다는 후보자의 인물과 자질을 꼽고 있다. 최근 KBS 여론조사에 따르면 총선 투표시 고려사항으로 인물·자질이 55.1%, 정책·공약이 29.5%, 정당이 11.1%로, 어느 정당을 선택할 것인가는 예상 보다 낮은 수치를 보였다.
대의제 민주주의를 하는 나라에서 정당정치는 기본 중에 기본인데, 선택의 기준으로 '어느 정당인가'가 10% 선에 그치고 있음은, 정당 불신이 임계점에 와 있거나 '그 정당이 그 정당'으로 정책적 차별성이 없다는 인식이 아닌가. 정책의 '무차별성' 만이 아니다. 기성 정치권은 여야간, 또는 같은 당 계파간의 난타전이 수레바퀴를 돌면서, 증오를, 정치의 에너지로 삼음으로서 정치에 대한 냉소주의가 확산되고 정치의 공멸까지를 불러오고 있지 않은가. 무엇보다 국민의 정치적 냉소는 정당불신으로 직결돼 '무정치 현상'을 불러오고 결국 사회적 약자가 구제 받을 길이 더욱 더 멀어진다.
정치는 '말'로 한다고 하는데, 지금의 상황은 말의 질을 따질 수도 없는 '언폭(言暴)으로 지탄 받을, 망발의 연속이다. 미국의 심리학자가 유권자는 "굵고 낮은 음성에 끌린다"는 조사 보고를 내 놨는데, 정치인의 고성방가 식의 언폭이 한국정치를 망치고 있음을 알아야 한다.
여론 조사는 '조사하는 그 순간'의 포착이긴 하지만 아직도 안철수 서울대 교수가 두 후보 대결에서 박근혜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국민의 눈에는 '비상대책' 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여전히 잘 모른다)을 넘어서고 있는 것을 보면 기성정당의 구조와 정치운영에 관한 불신은 화산의 마그마로, 폭발의 압력을 끝임없이 높여가고 있다고 봐야하지 않을까.
정당의 공천문제도 그렇다. 정당후보자 공천이 이렇게 요란하게, 말도 많은 나라는 별로 없을 성싶다. 형식적인 공천과정의 갑론을박, 언론은 너무 많은 에너지를 낭비하는 바람에 유권자의 선택에 도움을 줄 진짜배기 정치기사는 별로 눈에 띠지 않는다.
공천혁명의 주체는 결국 국민이고 유권자가 최종심판잔데, 정당이 공천혁명이라고 과잉기대를 부풀렸고 국민은 또 "그러면 그렇지"라고 눈 감고 돌아서 버린다. 국민은 지금의 공천자를 보고 19대 국회가 어떻한 "국회의원 집단"으로 성격을 나타 낼 것인지, 정확히 알지 못한다. 다만 한 가지 분명한 것은 12월 대선에서 정권 교체든 정권 재창출이든 정권잡이에 나설 '대선 전사'들이나 표가 될 탈렌트성의 인물을 국회의원 후보로 내세우는 데 심혈을 쏟고 있지 않은가. 정당은 정권을 잡아야 정책을 실현할 수 있기 때문에 탓할 일은 아니나, 국민들이 정당보다 인물과 자질을 선택기준으로 중요시 하고 있음은, 현 정당 공천자들에 대해 실망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정당측에서는 인재 난을 이유로 내세우지만 새 정치인을 키워내는 일은, 막대한 국민의 세금을 갖다 쓰는 정당이 할 기본적 책무임에도, 평소에 할 일을 안 한 탓에 선거 때만 되면 불야불야 공천자를 급조하면서 "사람이 없다"는 소리를 되풀이 하는 것은, 준비 없는 정당엔 하나의 핑계 일 뿐이다. 이처럼 사람 없는 정당의 허장성세를 목격하면서 국민이, 정당 보다 인물과 자질을 따져 보겠다는 여론조사 결과는 상당한 설득력이 있다고 본다.
물론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종적으로는, 국민의 표심은 2대 정당으로 쏠려 갈 것으로는 보이나, 과거 선거 보다는 '2대 정당의 누수현상'이 일어나 정당 공천과 무관하게 인물과 자질에서 유권자에게 진정성을 인정받는 후보들의 예상 밖 진출이, 이목을 끌 가능성이 어느 선거 때 보다 높다고 볼 수 있다. 12월 대선은 2대 정당 후보 중에서 선택하겠지만, 국회의원 선거는, 국가의 정치인이긴 하지만 국회의원은 지역 대표라는 의식이 강하기 때문에 2대 정당의 구속으로부터 자유스러워 지고자하는 유권자가 하나의 흐름을 만들어 낼 가능성이 없지도 않다. 이런 현상이 투표행동으로 이어져 2대 정당의 독점적 구조에 틈새가 생긴다면, 총선과 대선 후에 소수 정치세력과의 연합,연립 정치가 가능해 질 수 있을 것이다.
충청권을 중심한 자유선진당, 국민생각,'진짜 진보'를 외치는 좌파 정당,특히 주민의 지지를 기반으로 하는 무당파 풀뿌리,서민 정치인들에 대한 유권자들의 관심이 어떻게 나타날지 주목의 대상이다.
미국의 2대 정당제가 후발국들의 모델이 되고 있으나 양당제라는 것이 제도로서 완벽한 것이 아닌,하나의 제(制)일 뿐 제도(制度)는 아니잖는가.
19대 국회에서는 더욱이 헌법개정이 예고되고 있다. 승자독식구조의 권력집중형 정치를 분권,분산형 정치구조로 바꿔가고 3∼5개 정당의 연합정치 즉 연정(聯政)정치의 실험을 국민의 힘으로 만들어 가는 시발점이 4월 총선을 통해 가시화 될 지 지켜 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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