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에 우는 바람 淸山 김지원 벽난로 나무는 다 타버리고 어느새 새벽이 와 있었다 그 새벽 안에 쪼개진 불빛이 향기롭게 감돌고 있다 처음엔 호수였다가 다시 물결이 되어 돌아왔다 거기엔 즐거움도, 셀렘도 어떤 감상의 날갯짓 하나도 끼어들 틈이 없었다 시간은 빈 잔위로 투명하게 차올라왔다 하얗게 비어갔다 불빛조차 떠나고 없는 새벽 가슴 위에 내려앉은 촉촉한 시간이 붉어진 눈망울을 훔치고 있었다 낡은 어깨 버리기 위해 내딛는 새벽의 발자욱 오월의 서풍인데도 한겨울 북풍처럼 무정하게 옷깃을 파고든다 정적靜寂의 몸짓을 눈치채지 못한 골짜기의 새벽 은일隱逸한 곳 한켠에 남아 있는 잿더미를 누가 알 수 있으랴 아무런 기쁨도 슬픔도 없이 나는 그렇게 바람으로 서 있었다. 金智元印 |
출처 : 달빛 머무는 뜨락
글쓴이 : 달빛사냥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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