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세째주 주말 입니다 좋은 주말 되시길 빕니다(새매기뜰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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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월 ♣...... 피천득
오월은 금방 찬물로 세수를 한 스물한살 청신한 얼굴이다 하얀 손가락에 끼어있는 비취 가락지다 오월은 앵두와 딸기의 달이요. 오월은 모란의 달이다 그러나 오월은 무엇 보다도 신록의 달이다 전나무의 비늘 잎도 연한 살결같이 보드랍다 스물한살의 나이던 오월. 불현 듯 밤차를 타고 피서지에 간 일이 있다 해변가에 엎어져 있는 보트, 덧문이 닫혀 있는 별장들 그러나 시월같이 쓸쓸하지 않았다 가까이 보이는 섬들이 생생한 섬이었다 득료애정통고 (得了愛情痛苦) - 얻었도다 애정의 고통을 실료애정통고 (失了愛情痛苦) - 버렸도다 애정의 고통을 젊어서 죽은 시인의 이 글귀를 모래위에 써 놓고, 나는 죽지않고 돌아왔다. 신록을 바라다 보면 내가 살아있다는 사실이 참으로 즐겁다 내 나이 세어 무엇하리. 나는 지금 오월속에 있다 연한 녹색이 나날이 번져가고 있다 어느덧 짙어지고 말 것이다 머문듯 가는 것이 세월인 것을 유월이 되면 원숙한 여인같이 녹음이 우거지리라 그리고 태양은 정열을 퍼붓기 시작 할 것이다 밝고 맑은 순결한 오월은 지금 가고 있다.고인의 미수(米壽) 잔치에 참가했던 박완서씨는 '사람이 저렇게도 늙을수가 있구나' 하고 그분의 늙음을 기릴 수 있다는 것만으로 충분히 즐거웠다. 나이가들수록 확실해지는 아집, 독선, 물질에 대한 지칠 줄 모르는 집착 등은 차라리 치매가 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늙음을 추잡하게 만드는데 그런 것들로부터 훌쩍 벗어난 그분은 연세와 상관없이 소년처럼 무구하고 신선처럼 가벼워 보였다. 라고 회고한 적이 있다고 한다. "죽어서 천국에 가더라도 별 할 말이 없을 것 같아 억울한 것도 없고 딱히 남의 가슴 아프게 한 일도 없고…… 신기한 것 아름다운 것을 볼 때마다 살아 있다는 것이 참 고맙고 다행이라고 생각해요. 훗날 내 글을 읽는 사람들이 '이 사람, 사랑을 하고 갔구나' 하고 한숨지어 주기를 바라는 게 욕심이라면 욕심이죠. 그것도 참 염치없는 짓이지만…." 선생님의 말씀처럼 살며, 사랑하며, 아름답게 늙어갈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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