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시간에 저는 경제는 정상인데도 삶의 질이 바닥이라는 한편으론 기쁘면서도 또 한편으론 걱정인 한국의 현실에 대해서 생각하는 시간을 갖었습니다.
왜 삶의 질이 바닥일까요?
여기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정신과 의사로서 생각하기에는 우린 아직도 산을 올라가는 사람이다.
소위 등산심리에 우린 아직 허덕이고 있다.
산을 올라가는 사람은 주변에 들꽃 한 송이에도 눈길을 줄 여유가 없습니다. 힘들게 올라가는 것밖에는. 그런데 우린 정상에 섰습니다. 2만불 고지도 성이 안차서 더 높은 목표를 향해서 올라가야 한다.
우리 정부도 3만불, 4만불시대로 올라가야 선진국이 된다. 라는 기사를 읽었습니다.
그러나 이제 우리는 정상에 섰습니다. 이걸 우리가 확실히 인식해야 합니다.
더 이상 올라갈 곳도 없습니다. 등산을 해서 정상에 서면 우리는 호흡이 달라집니다.
그러면서 바닥의 경치도 보고 무거운 짐도 내려놓고 이웃과 인사도하고 싸가지고 간 도시락도 나눠먹고.
우린 그럴 자격이 있습니다.
이걸 위해서 우리가 얼마나 많은 시간을 불철주야 뛰고 달려왔습니까.
이제는 정말 한숨 돌려야 됩니다. '자! 이만하면 되었다.' 이런 생각은 하면 안될까요?
정말 10만불이 되어야 직성이 풀리겠습니까?
저도 10만불 아니 20만불이라도 누가 싫겠습니까?
그러나 지금까지의 방법으로는 안 되겠다는 겁니다.
등산심리는 급하고 힘들고 짜증나고 경쟁만.
어떤 목표가 정해지면 우리는 무리도 하고 억지도 부리고 때로는 부정도 하고 서두르다 보니까 온갖 부실공사가 실제로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다리도 무너지고 백화점도 무너지고. 얼마 전에 행주대교가 무너졌을 때 1년 후에도 우리 이웃의 어느 나라에서는 매시간 심심하면 행주대교가 무너지는 것을 방송하고 있었습니다. 그것도 창피하지만 이제는 이런 원시적인 사고가 일어나서는 안됩니다. 이제는 온 세계인이 우리를 지켜보고 있습니다.
이제는 좀 느려도 정도를 밟아 차근차근 그렇게 올라가야 됩니다.
우리는 그간 너무 후발국가였습니다. 그러니 일단 뛰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신중히 생각하고 뛰어야 합니다.
지난 반세기동안 신화처럼 떴다가 어느 날 바람처럼 사라져 버린 수많은 기업들이 있습니다. 왜 그랬을까요? 뛰고 생각했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별 준비도 없이 감만 잡히면 덤비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다보니 중간에 많은 변수가 생겼습니다. 변수가 없으면 기업이, 나라가 발전할 수가 없습니다. 하지만 변수도 상수가 감당할 수 있는 범위내에 변수라야 된다는 생각입니다.
기업도, 나라도, 개인도 마찬가지로 이제는 우리가 행복을 느낄 겨를도 없이 아등바등 뛰기만 해서는 안됩니다.
이게 등산하는 사람의 딱한 심리입니다.
지금 세계 정상에 섰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인식하시고 이웃도 돌아보시고 이제야 말로 품격있는 나라, 품격있는 국민이 될 수 있도록 우리가 함께 노력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