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hye@chos
건강장애아 늘면서 병원학교 중요해지는데…
정부 지원 점점 줄기 때문에 각 시·도에서 적극적으로 나서야…
교육의 질과 교사역량 개선 필요
서울성모병원 본관 22층에 위치한 소아혈액종양병동. 병동을 들어서자마자, 환자복을 입고 팔에는 링거, 얼굴에는 마스크를 쓴 아이들이 눈에 들어온다. 슬프고 속상할 것만 같은데, 정작 아이들의 눈은 반짝거린다. 병동 입구에 마련된 '병원학교(교장 김학기 교수)' 때문이다. 소아암 환아들을 위해 교과목 수업, 특별 활동 등이 이루어지는 곳이다. 교실 안을 들여다보니 호기심 많은 민정이(가명)가 일대일 수업을 받고 있다. 두 살 무렵 '악성 빈혈' 진단을 받은 민정이는 입원과 퇴원을 반복하는 병원생활 탓에 열 살이 되도록 학교는 구경도 못해봤다. 민정이에게는 뭔가를 배우는 것도, 선생님과 친구라는 존재도, 칭찬받는 기쁨도 다 병원학교가 처음이다.
어머니 박미희(가명)씨는 여전히 밝고 활달한 아이가 대견하다. 아이에게 소중한 시간을 선물한 병원학교도 고맙다.
-
- ▲ 급성골수성 백혈병으로 힘든 투병생활 중인 한 아이는 “병원학교가 고통스러운 치료와 지루한 병실생활 속 비타민”이라 고백했다. 작년 한 해 동안 총 4431명의 아이에게 ‘비타민’이 되어 준 병원학교. 앞으로 더 많은 아이들의 ‘비타민’이 되기 위해 정부와 의료계, 교육계의 관심이 필요하다. / 서울성모병원 병원학교 제공
"병원학교를 다니면서 짜증내거나 징징대는 게 줄었어요. 어른도 힘든 게 투병생활인데 아이는 오죽하겠어요. 몸은 아프고 치료는 힘들어서 소아암 아이들이 보통 예민해요. 그러니 아이 옆에서 24시간, 그 짜증과 투정을 받아줘야 하는 엄마도 보통 힘든 게 아니죠. 엄마 잘못인 것만 같아서 죄책감도 들고, 잘못되면 어쩌나 싶어 불안하고 무섭기도 하고요. 그런데 병원학교 덕분에 아이가 밝아져서 참 감사하죠."
민정이와 같은 건강장애아동은 지난해 2174명. 집계를 시작한 2006년부터 계속 증가 추세다〈그래픽〉. 건강장애아동은 심장장애·신장장애·백혈병·소아암 등 만성질환으로 3개월 이상의 장기입원이나 통원치료로 인해 학교생활을 하기 어렵다고 선정된 아동을 말한다. 이러한 건강장애학생들을 위해 병원 내 설치된 학교로서, 병원에서 치료를 받으면서 공부할 수 있도록 돕는 교육시설이 바로 병원학교다. 소아암 등 건강장애아동의 완치율이 높아지면서 치료 후 학교 적응을 잘할 수 있도록 돕는 병원학교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그 결과 1999년 서울대병원에서 최초로 시작한 병원학교는 어느덧 전국 32개로 늘어났다. 건강장애학생 및 단기입원환아 등 작년 한 해 총 4431명이 병원학교 수업에 참여했다.
un.com